서울 G20 역할론 ‘기대반 우려반’
입력 2010-10-20 18:12
다음 달 서울에서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우려와 기대가 교차한다. 경기회복을 내세운 각국 간 ‘통화전쟁’이 살벌하게 전개되자 대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다자주의적 해결 정신이 국가이익 앞에서 퇴색하자 G20 역할론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만모한 싱 인도총리는 20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G20 정상회의가) 마음의 회동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금융개혁 공조가 새 추동력을 얻어 세계경제를 다시 균형 잡히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BOE)의 멜빈 킹 총재도 “지금 필요한 건 대타협”이라며 “실패할 경우 1930년대식 무역전쟁으로 이어져 세계가 가공할 재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모든 나라가 파괴적 결과로 고통 받을 것이며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데일리메일이 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브레튼우즈 체제를 보완한 새 통화시스템에 대해 합의할 것을 제안했다.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해 글로벌 불균형 조정 역할을 강도 높게 주문하는 건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세계는 미국 영국 등 채무국과 보유 외환이 많은 중국 등 채권국으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채권국 채무국 할 것 없이 경기회복을 내세워 자국 통화의 가치 상승을 막으려고 시장개입에 나서고 있다. 양적 완화(시중에 돈을 푸는 것) 조치에서 핫머니 유입 통제 등 갖가지 수단이 동원되고 있다.
G20 회의 보이콧 선언도 나왔다. 브라질은 22∼23일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 불참하겠다고 18일(현지시간) 선언했다. 레알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투기성 단기자본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를 6%로 인상한다는 방침도 동시에 발표했다. 이로써 핫머니 과세율은 불과 보름 만에 3배 뛰었다. FT는 의장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선을 보냈다. 특히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단기자금 유출입을 통제하는 수단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에 주목했다.
이 때문에 G20의 생명력에 의구심도 나온다고 FT는 진단했다. G20은 글로벌 불균형과 환율 갈등에 다자주의적 해결방식을 취했다. 이런 장점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G7을 제치고 국제무대에서 조정자 이미지로 급부상했다. 지금은 격세지감이 날 정도라는 것이다. 킹 총재도 “2008년엔 상호협력 정신이 너무나 강했으나 이제 썰물처럼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