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자전거도로 논란… “환경 훼손 불보 듯”

입력 2010-10-20 18:31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악산과 지리산 등 국립공원 안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키로 했다. 자전거도로에는 등산객 탐방로도 포함돼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단은 지난해와 올해 덕유산 등 4개 공원에 자전거 탐방로를 개방한 데 이어 오는 2013년까지 설악산 내장산 지리산 월악산 국립공원에도 자전거 도로를 조성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지금까지 조성한 자전거 탐방로는 덕유산(삼공 탐방지원센타∼백련사)과 변산반도(격포∼반월, 해안도로), 한려해상(한산도 제승당선착장∼추봉마을, 해안도로), 태안해안(삼봉∼기지포) 국립공원 등 총 25㎞에 이른다.

2013년까지 추가되는 구간은 설악산 소공원∼비룡휴게소 1.4㎞ 구간과 소공원∼완선대 2.3㎞ 구간, 내장산 국도49호선∼탐방안내소 8.2㎞ 구간, 지리산 화엄사∼연기암 4㎞ 구간, 월악산 미륵리∼하늘재 2㎞ 등 20㎞다.

전문가들은 국립공원 안이어도 해안도로나 진입도로처럼 과거 차량이 다니던 구간은 문제가 없지만 산악구간 탐방로에 자전거를 통행시키는 것은 자연환경 훼손과 안전 논란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덕유산 설악산 월악산의 자전거 도로 구간은 비교적 높은 산악 탐방로를 포함하고 있다. 공단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공원 내 탐방로에서의 자전거 통행을 엄격히 금지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의 윤주옥 사무처장은 “산악형 탐방로에 자전거를 다니게 하면 충돌사고의 위험, 등산로 훼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자전거 탐방을 허용하는 덕유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보행자의 통행불편에 따른 민원이나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로 저지대의 포장 진입도로 구간을 순환시키고 있기 때문에 사고는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련사까지 6.5㎞에 걸쳐 요철이 없는 경계석으로 자전거 탐방로가 표시돼 있지만 상급코스는 하산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당분간 개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덕유산 자전거 탐방로는 주말의 경우 하루 60여명이 이용한다.

공단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산 우이령 길도 자전거 통행을 허용하라는 요구가 거세다”면서 “설악산과 월악산 등에 허용하면 북한산에서도 허가를 막을 명분이 약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단 시설처는 정상 정복형 위주의 국립공원 탐방문화를 대체할 대안으로 자전거 탐방로를 둘레길이나 생태관광과 같은 반열에 놓고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공단 박기연 공원시설팀장은 “색다른 방법으로 국립공원을 즐기는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