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돈을 내 돈처럼…’ 장애인 보조금 7억 펑펑

입력 2010-10-20 18:31

장애인단체 회장 등 핵심 간부가 단체 예산 수억원을 본인 채무 변제와 아내 식당 운영자금, 자녀 학비, 동거녀 생활비 등으로 쓰다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2004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지원금 등 예산 33억5000만원 가운데 7억5900만원을 착복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모 장애인협회장 한모(54)씨와 이사 겸 사업본부장 정모(54)씨를 20일 구속했다.

2004년 4월부터 지금까지 3대째 회장을 맡고 있는 한씨는 은평구 지회장이던 2004년 3월 15일부터 최근까지 갖은 방법으로 285차례 4억6594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한씨는 2007년 3월 15일 서울 갈현동 협회 사무실의 절반인 약 138㎡를 자신의 아내에게 감자탕 식당을 운영하도록 1년6개월간 내주고 임대보증금 800만원과 월 100만원의 관리비를 협회 예산으로 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는 부동산 분양업체 등 회사 2곳을 운영하면서 진 빚 수억원 가운데 2700만원을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해 갚았다. 2004∼2006년 아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500만원을 빼내 쓰기도 했다.

사업본부장 정씨는 동거녀 조카 명의로 차명계좌를 만들어 지난해 9∼12월 3470만원을 빼돌려 개인 회사의 사무실 관리비로 쓰는 등 220차례 2억9385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정씨는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협회 예산 5200만원을 동거녀에게 생활비로 줬다.

해당 협회는 장애인 직업 재활을 도모하는 단체로 서울 자치구별 25개 지부, 회원 12만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8개 사업단을 통해 정보통신, 전시 광고 등 각종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들 단체가 지부장과 이사 등 핵심 간부를 회장 전권으로 임명해 사실상 회장의 사조직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지난해 8월 잘못을 지적한 감사와 이사진을 해임하고 지부장 등 간부 임명에서 배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황이 이런데도 감독당국인 서울시는 협회에 직접 지원하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다”며 “국고를 받는 민간단체에 대해 감독을 강화하고 비리 단체는 국고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