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비자금 파문] 쌍용화재 인수 의혹투성이… 8일만에 뚝딱 승인

입력 2010-10-20 18:27


‘태광산업 대주주 벌금형’ 결격사유 눈감은 당국

태광산업이 2006년 인수한 쌍용화재(현 흥국화재)를 둘러싼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통상 한 달 이상 걸리는 승인 심사 기간이 8일 만에 이뤄진 점, 결격사유가 있는데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다. 결국 금융 당국의 특혜를 받아 졸속·편법 인수가 이뤄졌다는 것이 본질이다.

흥국생명 해직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20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벌금형 이상을 받아 보험업 허가를 받을 수 없는데 쌍용화재 인수를 허가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2004년 3월 흥국생명의 보험설계사 명의를 도용해 저축성 보험에 가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처분 받았다.

현행 보험업법은 대주주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융관계 법률에 따라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으면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야 보험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이 회장은 태광산업 지분 15.14%를 보유한 대주주다. 애초에 인수 자격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다 흥국생명의 우회인수라는 눈총도 받고 있다. 당시 흥국생명은 대주주인 이 회장에게 불법 대출 125억원을 지원, 기관경고를 받아 2006년에는 쌍용화재 인수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이 지나야 보험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후 흥국생명은 지난해 말 태광산업으로부터 쌍용화재 주식 37.6%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사들였다.

또한 금융 당국의 적격성 심사 기간이 의혹을 사고 있다. 태광산업은 2006년 1월 12일 쌍용화재 지배주주 승인 신청을 하고, 같은 달 20일 금융감독위원회(현재 금융위원회) 허가를 받았다. 신청부터 허가까지 걸린 시간은 8일이었다. 금융 당국은 회사나 개인으로부터 지배주주 승인 신청서를 받게 되면 자본 확충 능력, 경영 능력, 재무 건전성 등과 함께 금융법령 위반 사실 등 법적 요건을 함께 본다. 태광산업은 이례적으로 금융법령 위반, 신용질서 저해 사실 등 지배주주 승인 관련 법적 요건 사실확인을 직접 한 뒤 관련 서류를 첨부해 제출했다. 심사 기간을 줄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문제는 신청자가 법적 요건 사실확인을 할 수 있는지 여부다. 금감원은 내용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당시 쌍용화재가 대주주 분쟁이 있는데다 회사 경영상태가 열악했다.심사를 신속히 진행해 경영권을 빨리 정상화시켜야 했다”고 해명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