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집시법 처리 ‘갈팡질팡’
입력 2010-10-20 18:43
밀어붙이자니 역풍이 우려된다. 여야 관계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고 유야무야 넘기긴 어렵다. 당 안팎에서 “여당이 도대체 하는 일이 뭐냐”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다. 야간 옥외 집회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어떻게든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지도부 일각에서도 굳이 강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집시법 개정안 처리를 G20 정상회의) 뒤로 미루자는 의견을 냈지만 당론으로 결정된 건 아니다”라며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만날 때마다 (25일 처리를)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집시법 처리와 관련한 모든 것을 김 원내대표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에게 맡긴 것은 협상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집시법을 협상카드로 사용, 기업형 슈퍼마켓(SSM) 쌍둥이법안(유통산업발전법+대·중소기업 상생법) 처리와 절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옥외 집회를 규제하는 시간 등도 야당의 의견을 일부 수용해 협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하지만 당내 강경론도 만만치 않다. 야당이 ‘지난 5월 통과된 G20 특별법에 경호 안전을 위해 군대도 동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을 때 ‘군대 동원 조항은 극단적인 테러 위협에 대비한 것이지 시위 진압을 하라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맞받아쳤어야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한나라당 소속인 안경률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은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핵심 당직자도 “22일 열리는 행안위에서 집시법 개정안 통과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라고 거들었다.
협상과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내 강경론과 온건론 사이를 오가는 ‘투 트랙 전략’인 셈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