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비자금 파문] 태광CC 땅 등 임직원 명의… 차명부동산 1000억 넘을듯
입력 2010-10-20 21:29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 일가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태광그룹 주변에서는 이 회장 일가가 제삼자 명의의 주식과 계좌, 부동산 등으로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자금은 상속재산 차명 관리, 계열사 지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등 편법과 불법이 총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1000억원대 차명 부동산?…시세차익도 비자금 조성에 한몫=태광그룹 의혹을 제기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20일 “이 회장 일가는 경기도 용인시 영덕동에 위치한 태광컨트리클럽(태광CC) 일대 부동산을 임직원 명의로 소유·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일가가 차명으로 관리하는 부동산 규모는 1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태광그룹이 그간 방송·금융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거둔 막대한 시세차익 또한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으로 운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태광그룹은 큐릭스 인수 과정에서 군인공제회 등이 보유하던 큐릭스 지분 30%를 그룹의 비상장 자회사를 통해 1097억원에 매입한 뒤 이를 계열사인 티브로드가 1387억원에 되사 287억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대 비자금 은닉처는 차명계좌와 주식=이 회장 일가는 차명계좌와 차명주식 형태로 560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은 1996년 창업주인 이임룡 회장이 사망한 뒤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태광산업 주식 32%가 공식 상속재산 목록에서 누락된 것이 시발점이다. 검찰은 그 가운데 18%의 지분은 현금화돼 그룹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에 차명으로 예치됐으며, 규모는 4000억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상속받은 주식 중 현금화가 안 된 나머지 14%가량의 주식(1600억원 상당)은 이 회장 일가와 전·현직 임직원 100여명 명의로 20년 넘게 차명 관리됐다는 전·현직 임직원들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주식들은 계좌당 158∼1만690주씩 잘게 쪼개져 있고, 명의자가 함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질권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차명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비자금이 조성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들로 구성된 ‘해직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지난 18일 이 회장 일가가 흥국생명 지점 보험설계사들의 명의를 도용, 1997∼2000년 기한의 계좌에 저축성 보험 313억원을 운영한 서류를 공개했다. 당시 해복투는 “2001년 이후 기한으로도 유사한 보험 계좌에 500여억원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소 800억원 이상이 보험 계좌에 비자금으로 예치됐다는 것이다.
박지훈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