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로비 주체 서로 상대 지목… 야 “밀양 라인 주도”-여 “참여정부 때 집중”

입력 2010-10-20 21:50

검찰의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에 정치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태광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정·관계 인사 100여명에게 로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게 사실이라면 ‘사정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태광그룹의 케이블방송 인수 시도가 2006년부터 2008년, 즉 전·현 정권에 걸쳐 있어 여야는 로비를 받은 주체로 서로 상대방을 지목하고 있다.

◇“밀양 라인이 주도”=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와 관련, “방송법 시행령 개정 로비는 성공한 로비였고 태광그룹을 위한 맞춤형 개정이었다”며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관계된 사람들이 전부 밀양 라인”이라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청와대와 여권에 전방위 로비를 하는 과정에 경남 밀양 출신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해 방통위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김모 행정관 성로비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접대를 받은 인사들 중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원 밀양 출신”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고(故) 이임용 전 태광그룹 회장과 같은 포항 출신 정권 실세 인사와 한나라당 영남 출신 의원들이 연루됐다는 설도 돌고 있다.

◇“참여정부 인사 연루”=한나라당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야당의 상처가 더 클 수 있다고 예상한다. 태광그룹이 군인공제회를 통해 큐릭스 지분 매입을 시작한 것이 참여정부 때인 2006년이기 때문에 로비가 있었다면 초기에 집중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은 “태광그룹이 군인공제회와의 불리한 계약을 감수했던 것도 규제완화가 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가 검찰에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에 관한 내사를 요청한 것도 당시 여권에 로비가 집중됐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한다. 현 여권 일각에선 태광그룹 이선애 상무의 친동생인 이기택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야당 중진 의원이 이전 정권 시절 태광그룹의 케이블 사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지목하기도 한다.

◇수사 배경에도 촉각=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종합편성채널 선정 과정이나 채널 번호 편성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채널편성권을 쥐고 있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태광그룹 압박용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정권 차원의 전방위적인 대기업 비자금 사정의 시작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 18일 “중수부가 1년 만에 수사체제로 들어갔다”고 밝힌 것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한편 국회 문방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과정의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들은 “시행령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개정에 오히려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