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상봉 100명 명단 교환… 91세 할아버지 “아내 배 속 아들 마침내…”
입력 2010-10-21 00:31
“꿈에 그리던 아들과 딸을 60여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오는 30일부터 사흘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대상자로 선정된 김재명(91·부산 중동) 할아버지는 20일 연방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해운대 달맞이언덕 입구 2층 단독주택에 부인(78)과 단둘이 살고 있는 김 할아버지는 “당시 여섯 살로 엄마를 닮아 얼굴이 예뻤던 딸(66)과 아들(60)을 만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평생 소원이 이뤄지게 돼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1951년 1월 4일 흥남부두에서 피란민과 함께 수송선에 오르면서 가족과 생이별을 했다. 이후 부산에 정착한 김 할아버지는 외아들로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재혼해 아들 형제와 함께 다복한 가정을 이뤘다. 하지만 북에 남겨둔 부인과 3남1녀, 어머니를 평생 그리며 살아왔다. 이들 가운데 2명의 자식 외에는 모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자가 단 한 사람도 없었던 우리나라 대표적 실향민촌인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아바이마을’에서도 김동율(82) 할아버지가 첫 이산가족 상봉자가 됐다. 그는 “죽기 전에 가능할까 생각했던 가족 상봉이 현실이 됐다”며 기뻐했다.
남북 적십자사는 이날 개성공업지구 내 북측 통행검사소에서 각각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확정된 100명의 명단을 교환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리 측 최고령자는 김부랑(97) 할머니로 북한의 딸 권오령(65)씨와 외손자 장진수(38)씨를 만난다. 반면 남한의 가족이나 친족을 만나게 된 북한 측 100명 가운데 최고령자는 리종렬(90)씨로 부인 우매고(81)씨와 아들 이민관(61)씨 외에 다섯 명의 동생을 상봉할 예정이다.
이번 상봉의 북측 참가자 100명은 이달 30일부터 내달 1일까지, 남측 100명은 내달 3∼5일 각각 상대 쪽 가족이나 친족을 만난다.
엄기영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