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비자금 파문] “한국도서보급 주식 팔아라” 영풍문고에 상품권 로비
입력 2010-10-20 18:27
태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한국도서보급이 2005년부터 이호진(48) 회장 아들 현준(16)군의 지분 확대를 위해 업계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하고 협찬비 명목으로 웃돈까지 줬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검찰과 태광 계열사 소액주주들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2003년 계열사를 통해 두산그룹에서 한국도서보급을 인수한 뒤 2005년 지분 92%를 이 회장과 현준군에게 넘겼다. 이후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지분 8% 역시 2005∼2006년 모두 이 회장 부자에게 넘어갔다. 현재는 이 회장이 51%, 현준군이 49%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도서보급의 모든 지분이 이 회장 부자에게 넘어가는 과정에는 그룹 차원의 치밀한 작전이 있었다. 대한화섬 박명석 대표는 2005년 나머지 8%의 소액주주 지분을 1주당 1만6600원에 모두 매수할 것을 당시 한국도서보급 대표 김모씨에게 지시했다.
김씨는 2005년 10월∼2006년 3월 소액주주인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프뢰벨, 교보문고,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와 협의해 이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 1만2000주를 팔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도서보급 주식 2000주를 갖고 있던 영풍문고가 이 제안을 거절하자 김씨는 또다른 제안을 했다. 김씨는 영풍문고 고위 임원을 만나 “주식 2000주를 3332만원(1주당 1만6660원)에 팔면 대가로 추가 협찬을 하겠다”고 제안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김씨는 영풍문고 보유 주식 2000주에 대한 주권을 건네받으면서 한국도서보급이 발행한 도서문화상품권 5000원권 7015장(1장당 판매가 4750원, 3332만1250원)을 협찬비 명목으로 영풍문고에 지급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수사 당국에 적발돼 2006년 말 김씨는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고, 이듬해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찰은 지분 확보 과정에서 이 회장이 직접 지시했는지 조사했으나 별다른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