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눈감은 軍, 기소율 34% 불과… 죄질 나빠도 “정상 참작”

입력 2010-10-20 18:14


지난해 해군 소속 A상병은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P양(14)과 성관계를 갖고 이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A상병은 이를 갖고 P양을 협박해 13회나 성폭행했다. 육군 B상병도 민간인 여성을 성폭행하고 나체사진을 찍었다. 육군 C하사는 민가에 침입해 집에 있던 여성을 강제추행했다. 그러나 군 검찰은 이들 모두를 불기소 처분했다.

군 성범죄 기소율이 3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이 국방부와 각 군으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범죄 처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올 6월까지 영내·외에서 총 1095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이 중 기소된 경우는 370건으로 33.8%에 불과했다.

반면 불기소 처분은 651건(59.5%)이나 됐다. 이 가운데 52.8%에 달하는 344건은 범죄 사실은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소 제기를 유예한 경우였다.

군 검찰은 성범죄에 대해 쌍방 합의나 증거 불충분 등의 사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군 성범죄 가운데 미성년자 성폭행, 주거침입 성추행 등 악의적이고 계획적인 범죄가 많아 단순 합의 등으로 마무리 지을 사안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법적 처벌과는 별도로 군에서 자체 징계도 내리지만, 납득할 수 없는 경미한 솜방망이 처분이 많았다. 공군 D중령은 지난 7월 영내 놀이터에서 J양(14)을 강제 추행한 뒤 근처 독서실로 달아난 J양을 끝까지 쫓아가 “사실을 알리면 가족들이 여기서 생활하지 못하게 하겠다. 내가 제대하는 순간 너희 가족은 다들 죽는다”고 협박까지 했다. 공군 군사법원은 D중령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해당 부대에서는 정직 1개월의 처분만 내렸다. 공군은 피해자와 합의됐고, D중령이 각종 표창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피해자와 합의가 됐어도 성폭행과 성추행 등 범죄 혐의가 명백한 군인은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군 형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