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로교단 실질적 통합 가능한가

입력 2010-10-20 18:49


50년 분열의 역사 끝낼 ‘솔로몬의 지혜’ 어디에…

‘장로교의 아버지’로 불리는 종교개혁자 장 칼뱅(1509∼1564)이 오늘의 한국 장로교단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두 가지에 크게 놀랄 것이다. 장로교가 한국교회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140여개 교단으로 갈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예수교와 기독교가 싸우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회의 분열상은 심각하다.

장로교 분열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일치와 화합을 넘어 실질적으로 하나의 교회가 될 수 있을까.

교회사학자들은 장로교 분열과 관련, “1950년대 대규모 분열은 어느 정도 명분이 있었지만 이후 특정 교단 내 핵분열은 주도권 다툼과 지연 학연 등 비신학적 요인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한다. 일부 학자들은 한상동(고신) 김재준(기장) 박형룡(합동) 한경직(통합) 목사 등 과거 지도자들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교단 분열이 아이러니하게도 경쟁 구도를 만들어 교회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분열, 재결합 시도, 무산의 장로교 역사=한국 장로교단은 1950년대 크게 4개 교단으로 나뉘었다. 이는 교리 일치 의식 부재와 교단 내 정치적 갈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1912년 하나의 교단으로 시작된 장로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연합은 지속됐지만 교리적 균열 현상이 드러났다. 보수·복음주의적 신앙과 신학적 전통을 갖고 있던 장로교회에 자유주의 신학이 유입된 것이다. 52년 신사참배와 친일청산 문제로 고신 교단이 탄생한 데 이어 보수신학과 진보신학의 충돌,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문제 등으로 분열은 가속화됐다. 그 결과 53년 기장, 59년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이 시작됐다. 분열이 있을 때마다 재결합 시도도 있었다. 예를 들어 고신과 합동은 60년대 초 연합을 추진하다가 ‘신학교의 일원화냐, 단일화냐’는 정치 논쟁에 휩싸여 통합 논의가 결렬됐다. 80년대부터는 교단 통합보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등 다자간 협의체를 통한 새로운 연합과 일치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다. 이는 2002년 교단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통일된 연합체 구성 헌의안 인준 등으로 이어졌지만 실질적 통합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한 교단 다 체제’, 갈 길 멀어=한장총은 지난 7월 10일 칼뱅 탄생 501주년 기념 ‘장로교의 날’ 행사를 맞이해 ‘한 교단 다 체제’를 제안했다. 이는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한국교회 상황에 맞게 변형한 것이다. 한장총 내 28개 장로교단이 2012년까지 하나의 통합교단을 이루고 다양한 총회 시스템은 유지하자는 안이다.

한장총 이종윤 대표회장은 “미국북장로교회 미국남장로교회 호주장로교회 캐나다장로회 등이 장로교공의회를 결성, 우리나라에서 복음을 전한 것처럼 ‘한 교단 다 체제’는 한국교회 초기의 전통을 회복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병희 상임회장은 “‘한 교단 다 체제’ 구상은 세 과시를 위한 게 아니다”며 “제도와 기구적 연합을 뛰어넘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영적 일치를 이루려는 ‘거룩한 부담감’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한장총의 이 같은 노력이 가시적 결과로 이어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교계의 중론이다. 선언적 아젠다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주요 장로교단 총회에서 이에 대한 후속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한장총 지도부는 전체 회원 교단의 공감대 확산과 추동력 확보를 이루며, 정교한 로드맵 수립과 실행력 등을 갖춰야 한다. 현재 예장 대신, 예장 고신 등이 신학적 차이가 적은 교단과의 우선 통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일 것이다.

◇가능한 것부터 시작해야=신학자들은 장로교마다 채택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성례전이 하나의 교단이 될 수 있는 실마리라고 했다. 신학적 공감대 구축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의 연합과 일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덕교 한국장로교신학회장은 “예장 고신과 합신 산하 신학교 교수들은 수년째 교류를 통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동질감과 공감대를 이뤄왔다”면서 “성경무오와 성경의 권위에 대한 확고한 신앙 위에서 교회를 재건하고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믿고 명하는 대로 예배하며 지시하는 대로 교회를 다스리는 신학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희국 장신대 교수는 “한목협 내 교단 목회자들 사이에 교리나 신학논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공동의 비전을 추구해왔다”면서 “섣부른 교단 통합 추진보다는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교단 교회사가들이 공동으로 공통교회사를 집필, 연합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복음의 순수한 선포, 성례의 신실한 시행, 이를 위한 권징의 바른 실행 등이 연합의 선결 조건이라고 했다. 그는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고백하는 교회들과 그렇지 않은 교회를 하나로 뭉뚱그려 말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진모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연합과 일치의 개념 정리 및 교리적 일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논란 중인 WCC를 예로 들어 “WCC 반대 측은 WCC의 사상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한국 장로교회의 연합과 일치’라는 단어에 대해 매우 민감할 수 있다”면서 “이 말이 마치 한국 장로교회의 WCC 수용 가능성을 논해보자는 의미로 잘못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신학자는 “교권주의자들의 횡포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교단 간 화합을 방해하고 감정적 대립과 분열을 조장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상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하나 될 것을 주장하다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상대를 ‘분리주의자’로 낙인찍어버리는 일방적 자세도 교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