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대재앙’… 전염병으로 10마리중 9마리 폐사

입력 2010-10-20 21:36

토종벌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10마리 중 9마리는 낭충봉아부패병 등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토봉협회는 지난 19일까지 전국 2만9334개 토종벌(토봉) 농가를 대상으로 폐사율을 조사한 결과 53만2434군(1군당 2만∼3만 마리) 중 50만6509군인 95.13%가 폐사했다고 20일 밝혔다.

지역별로는 전북과 전남, 경북이 99%로 폐사율이 가장 높았고 강원 97%, 경남 95%, 경기 90% 순이었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한 곳으로 알려진 충북과 충남도 각각 75%와 80%나 됐다. 대단위 폐사는 이상기온으로 꿀벌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가 침입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되고 있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폐사가 지구촌 전체를 휩쓸고 있는 벌 군집붕괴현상(CCD)이라는 데 심각성이 더하다. 온난화, 기상이변, 전자파 등 원인도 다양하다.

앞서 농수산식품부는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9월 말 기준 지방자치단체별 폐사 현황에서 전체 폐사율이 69.8%라고 밝혔다.

토종벌은 동양종 꿀벌로 우리나라 전체 벌 210만군 가운데 20% 정도를 차지한다. 지리산과 태백산 일대에 집중 분포돼 있으며 야생성이 강하다. 김종천 토봉협회장은 “실제 현장에 가봐야 안다.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보면 된다”며 “이대로라면 내년에 꽃가루받이가 어려워 곡식과 과일 농사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창조과학회(회장 이웅상 전 명지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토종벌 집단 폐사에 대한 학계의 입장 및 건의사항’을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다음주 중 제출할 예정이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