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민주, 박지원의 ‘시진핑 발언’ 싸고 진실공방

입력 2010-10-20 18:43

청와대가 20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내 정치 목적으로 외교를 악용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이적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무책임한 행동에 정중히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박 원내대표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가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한 데 따른 대응이다.



홍 수석은 “허무맹랑한 얘기로 대통령을 흠집내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박 원내대표는 아니면 말고 식의 흠집내기 수법이 국민들에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평화와 외교의 훼방꾼은 자신이 아닌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시 부주석의 ‘훼방꾼’ 발언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외교학회 초청으로 방중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5월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 부주석 등을 면담했다. 청와대는 당시 ‘면담요록’과 배석했던 우리 측 주중대사관 관계자, 중국 측 인사들을 통해 발언 유무를 확인했다. 홍 수석은 “면담록을 검토하고 참석자들에게 개별 확인을 했으나 비슷한 발언으로 추정할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도 “박 원내대표의 공상과학 수준의 발언은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당리당략을 위해 이제는 외국 지도자까지 이용해 국익을 해치는 정도까지 되었다”고 힐난했다.

이에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박 원내대표가 직접 들은 얘기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충정에서 언론에 밝힌 걸 이적행위라고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겠다는 선전포고가 아닐 수 없다”면서 “청와대의 오만한 반응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발끈했다.

그는 “면담요록은 발췌본이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당시 면담에 배석했던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최경환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관 등도 박 원내대표 발언이 사실이라고 확인해줬다”며 “청와대는 다 확인했다는데 누구한테 확인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도 “청와대의 오만한 반응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가 박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은 지난달 15일에 이어 두 번째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배경에 의혹을 제기한 박 원내대표에게 “거짓말이 지나치다”고 비판했었다. 이 대통령도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