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검사 책임 민간에 떠미는 ‘방재청’… 2011년 하반기부터 전수조사 안하도록 법 개정 추진

입력 2010-10-20 18:03

소방방재청이 관련법을 개정, 내년 하반기부터 건축물에 대한 소방검사를 전수 조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소방검사에 대한 공무원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려는 ‘면피성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방재청은 지난 18일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등 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개정안은 건축물에 대한 소방검사를 현행 전수조사 대신 특별조사체제로 전환하고 시설물의 방화관리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종합적인 조사를 하고, 방화관리 및 민간에서 실시하는 자체점검을 강화해 안전에 대한 자기 책임을 실현한다는 게 법 개정취지라고 방재청은 설명했다.

하지만 방재청이 입법예고에서 밝힌 법 개정이유는 전혀 다르다. 18일 고시된 법개정 이유 첫머리에는 ‘최근 국격에 맞지 않는 후진적 대형 인명피해 화재가 지속 발생해 국가 위신이 실추되고, 안전관리에 대한 자기책임의식 부족에 따라 화재사고시 소방검사를 빌미로 화재책임을 일방적으로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라고 적시돼 있다. 정부와 소방공무원에게 전가되는 화재책임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점검 불량 등으로 공무원들이 징계를 당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다. 지금까지는 연면적 400㎡를 넘는 대형건물에 대해서는 1년에 한번씩 관할소방서가 전수 조사를 하고, 부실점검이 발견됐을 경우 징계하도록 돼 있다. 1999년 10월 인천 호프집 화재로 57명이 죽고 81명이 중경상을 입자 관할서장이 직위해제됐고, 당시 소방검사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별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건물에서 소방시설 미비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전수검사가 폐지되면 화재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점검도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방재청 관계자는 “훈령으로 소방서장이 화재의 경계·진압 및 인명구조·구급 등을 위해 소방활동 자료조사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화재에 대해 완전히 면책을 받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