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치지형 격변] (下) ‘뜨거운 감자’ 정치개혁 논쟁

입력 2010-10-20 18:11


인민 중심 정치개혁 기치… “사회주의 위협” 역풍 예고

‘시진핑(習近平) 시대’ 중국의 최대 과제는 정치개혁이다. 인민들로부터 분출되는 정치개혁 욕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현실화해 정치적 안정을 꾀하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하에서 정치개혁은 ‘뜨거운 감자’다. 공산당 내부서도 정치개혁 방향을 놓고 논쟁이 치열하다.

◇시진핑의 정치개혁 구상=시 부주석은 반드시 ‘인민 중심의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그의 공개발언 등에서 이 같은 의지가 묻어난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민일보에 발표한 특별기고문에서 과도한 권력집중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3월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중앙당교 개학식 연설에서 “공산당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게 있다”며 “모든 권력은 인민에 복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엔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가 “정치개혁 추진은 인민들이 바라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그의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시 부주석이 1인자가 되는 5세대 지도부에선 정치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가 구상하는 정치개혁은 서구식 정치변혁이 아닌 정부개혁, 행정개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학습시보는 최근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와 서구식 민주주의를 구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이를 뒷받침했다.

이와 관련, ‘개혁개방 1번지’로 꼽혀온 선전과 충칭 등에서 실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치개혁들이 그 기반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험적 정치개혁은 완벽하진 않지만 정책 결정, 관리 감독에서 조금씩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인민의 알권리와 참여권, 감독권 등을 보장하는 방안을 운영 중이다.

◇험난한 정치개혁 여정=지난 18일 끝난 공산당 제17기 중앙위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 종료 직후 관영 언론이 공개한 공보에서 정치개혁에 대한 얘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적극적이고 타당하게 정치체계 개혁을 추진한다’는 선언적 문구만 담겨있다. 이는 중국에서 정치개혁 추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 8월 “정치개혁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개혁 성과를 상실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인민들의 정치개혁 욕구는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번 5중전회를 앞두고 개혁 성향의 중국 중앙·지방의 유력 신문들은 원 총리의 정치개혁 발언을 지지하는 기사를 내보내며 성과물을 기대했다. 중국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이런 분위기는 더욱 확산됐다. 중국의 원로 지식인·전직 공산당 고위 간부들까지 나서 언론자유 등 개혁을 촉구했다.

정치개혁과 관련해 별다른 성과물은 없었다. 이에 홍콩과 서방언론들은 물론 중국 내에서도 개혁성향 인사들을 중심으로 실망과 함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 정치개혁 추진이 쉽지 않은 이유는 자칫 사회주의체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산당 내에서도 강경론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 등이 원 총리 발언 당시 강력히 비판하며 견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시 부주석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지도부도 정치개혁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