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하나금융 지분 전량 매각키로

입력 2010-10-20 21:44

하나금융지주 최대주주인 테마섹이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테마섹은 싱가포르 국부펀드로 하나금융 지분 9.6%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나금융의 우리금융지주 인수·합병(M&A)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달 말 우리금융 매각 입찰 공고를 코앞에 둔 시점에 최대주주 테마섹이 지분 매각이라는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는 해석이다.

하나금융은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기에 앞서 2대주주인 골드만삭스(지분 8.66% 보유)를 비롯해 국민연금(8.19%), 얼라이언스번스타인(7.31%) 등 대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하나금융 측은 테마섹 계열사인 앤젤리카 인베스트먼트가 하나금융 주식 2040만주를 주당 3만4300∼3만5550원에 블록세일(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테마섹은 2004년 이후 하나금융 최대주주였다.

하나금융은 테마섹의 지분 매각을 업종별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주가 회복 속도가 빠른 한국에서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나금융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에 지분을 파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금융주 비중을 줄이면서 차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다른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우리가 M&A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고,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그룹의 전략 등은 달라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분 매각 가격을 보면 테마섹의 의도가 심상치 않다. 하나금융의 최근 주가는 3만5000원대다. 테마섹이 지분을 사들였던 2005년 말 주가(4만6000원)와 비교하면 손해다. 또 테마섹은 장기투자자였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우리금융지주 M&A 계획이 지분 매각을 결정한 요인이 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나금융은 주주들 지지를 확보해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 56.97%를 인수할 예정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과 합병을 해도, 합병에 실패해도 모두 하나금융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봤을 것”이라며 “합병 후에는 정부 지분이 어느 정도 남는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또 정부에 프리미엄까지 얹어줘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테마섹 입장에서는 유상증자 부담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의 M&A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우리금융 매각 입찰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우리금융 매각 공고를 낸 뒤 예비입찰 등을 거쳐 연말까지 최종 입찰후보를 선정할 예정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