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진핑 발언’ 박지원 대표가 입증하라
입력 2010-10-20 17:41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가 한·중관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박 대표는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지난해 5월 베이징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이명박 정부는 교과서 문제도 있는데 왜 일본과 함께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노릇을 하느냐”고 말했다고 19일 주장했다. 당시 면담에 배석했던 박 대표는 시 부주석이 “왜 현 한국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남북 교류협력을 안 해 긴장관계를 유지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다.
시 부주석이 했다는 말은 일국의 지도자급 인사가 외빈을 맞은 자리에서 나올 수 있는 언사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시 부주석이 그런 말을 했으리라고 믿기 어려운 이유다. 청와대 관계자도 부인했다. 당시 면담록과 양국 배석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가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면 자신의 개인 메모라도 즉각 공개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청와대 말처럼 “외교를 국내 정치 목적으로 훼손하여 국익을 침해하는 이적행위”가 될 것이다.
박 대표 말을 믿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시 부주석이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북·미 간 대화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한 대목이다. 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의 공식 입장과 완전히 어긋나는 발언이다. 진위를 떠나 박 대표의 말은 중국 차기 최고지도자를 곤란하게 만들 터이다.
박 대표는 지난달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때도 “러시아 측에서는 G20와 APEC에서 만날 수 있는데 왜 예정에 없던 방문을 하는가 하고 의아해하는 분위기라는 보도를 보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지난 5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공식 초청했다”고 설명해도 “러시아 측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더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러시아 측 조사보고서를 덮으러 간다는 뉘앙스다. 이때도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공당의 원내대표가 국사(國事)에 개인적 추측을 함부로 말하는 것은 바르지 않다. 정치지도자라면 늘 대국적 견지(見地)에 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