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프랑스 총파업 바로 보기
입력 2010-10-20 17:43
프랑스가 난리법석이다. 지난 12일부터 이어져온 총파업에 시민, 대학생, 그리고 고교생과 교사들까지 가세하면서 시위는 확산일로다. 대중교통망은 마비 직전이며, 정유사 노동자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주유소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총파업은 프랑스에서 거의 연례행사가 됐지만 2007년 우파인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부터 한 해에도 몇 차례씩 벌어진다. 올 들어서도 벌써 몇 번째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그런데도 여론은 70% 이상이 총파업에 찬성하는 등 꽤 호의적이다.
사르코지의 친(親)부자 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그만큼 거세다는 얘기다. 사실상 대기업에 방송을 넘겨주자는 방송법 개정안을 비롯해 재정난을 핑계로 한 교원감축법안, 정년 및 연금지급 개시 연령 상향 조정을 담은 연금개혁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총파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쟁점은 연금개혁안이다. 최저 정년을 현재의 60세에서 62세로, 연금 100% 지급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안이 지난 8일 하원을 통과한 탓이다. 개혁안에 대해 노조는 연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학생층은 정년 연장이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불만이다.
그러나 프랑스 노동자들과 젊은층의 불만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우선 연금지급 개시 연령을 늦춘다고 해서 연금 삭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매년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연금지급 총액은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년 연장이 청년층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서유럽 각국은 1980년을 전후해 의도적으로 조기 퇴직을 유도하고 그 자리에 청년층을 채우겠다는 정책을 폈다. 급증하는 청년층 실업을 해소할 목적이었다. 그러나 청년층 실업은 줄지 않고, 되레 연금재정만 악화됐다.
따지고 보면 이른바 ‘세대간 워크셰어링’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숙련된 장년의 일자리를 미숙련 청년층이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서유럽 각국은 1990년대 들어 장년·고령자의 취업을 촉진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사르코지 정권의 반(反)서민 정책과 일방주의적인 정책몰이에 대한 프랑스 시민들의 불만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다만 연금개혁과 더불어 정년 연장 문제는 우리로서도 다가올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꼼꼼히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 아닐까 싶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