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외국민 투표 관리에 정략 배제해야

입력 2010-10-20 17:41

헌법재판소는 2007년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은 당시 공직선거법에 대해 ‘기본권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2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19세 이상 영주권자에게 대통령 선거 및 총선거 비례대표 투표권을 부여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했다. 이 법에 따라 2012년 4월 총선부터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문제는 투표 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재외국민들은 현행 선거법이 투표소를 재외공관으로 한정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원거리 거주자들은 투표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사관이나 총영사관과 수십, 수백㎞ 떨어져 사는 사람이 적지 않고 재외공관이 아예 없는 나라도 있다. 투표율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 있음을 말해준다. 만약 투표율이 10% 정도밖에 안 될 경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에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은 기표소 투표 방식 외에 우편·인터넷 투표를 허용하고, 재외국민이 1만명 이상인 대도시에는 순회투표소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재외국민들의 불만을 수렴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입하기 힘든 제도다. 먼저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는 대리투표를 난무하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될 소지마저 있다. 순회투표소를 설치할 경우 ‘투표 동원’을 횡행하게 하고, 투표권이 없는 거주국 국적자들의 불법 선거운동을 부추길 수 있다. 선거 관리 인력을 많이 둘 수 없는 해외에서는 더더욱 채택하기 어렵다고 본다.

더구나 이런 아이디어는 한나라당의 정략과 맞물려 있어 신중하게 처리돼야 한다. 재외공관 투표소를 직접 찾아 투표할 정도의 적극 지지층은 야당 성향이 많다는 점을 감지한 한나라당의 고육지책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처음 도입하는 재외국민 투표에 정략이 개입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행 선거법에 허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치권과 중앙선관위는 투표의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 재외국민 투표에 부정이 발생할 경우 선거 전체를 망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