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대 한방재활학과 학생들의 봉사·전도 두 토끼 몰이

입력 2010-10-20 18:56


어르신들 몸 편안하게… 마음 평안하게

경북 김천에 가면 카이로프락틱 치료가 공짜다.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오십견, 어깨통증, 신경통을 무료로 고쳐준다. 척추나 골반을 손으로 교정,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한다. 김천대 한방재활학과 봉사팀이 기독교 정신으로 이 일을 한다.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막 16:17∼18)

우리 학과에 엄마가 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경북 김천 아동보호시설 ‘사랑의 집’에 마련된 간이 치료실. 흰색 가운을 입은 젊은 학생들이 분주했다. 간이침대에 누운 인근 주민들의 어깨와 허리를 마사지했다. 일부는 노인들의 손에 뜸을 놨다.

지도 교수도 바빴다. 김천대 한방재활학과 학과장 박찬후(52) 교수는 한 40대 환자의 목둘레를 세심하게 더듬었다. 촉진이라고 한다. 이어 환자의 어깨 쪽에 자신의 상체를 붙이고, 한 손으로 머리를 잡는가 싶더니 ‘뚜두둑’ 소리를 냈다. ‘사랑의 집’ 관계자들은 안내를 했다. 그리고 50대 여성 2명이 학생들 곁에서 보조했다. 최선우(김천대1)씨가 말했다. “엄마, 여기 목 좀 만져 봐요. 3번 목뼈가 조금 틀어진 것 같아요.” “그러게, 이게 스트레스 때문이야.”

이 두 여성은 엄연한 이 학과 학생이다. 하지만 ‘엄마’로 불린다. 지난해에 입학, 올해 2학년인 이들은 이월희(56), 김진순(52)씨다. 한방재활학과 봉사팀이 특별한 이유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봉사를 위한 미다스의 손

카이로프락틱 무료 봉사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박 교수와 학생들은 금요일마다 보호시설을 찾았다. 아동 보호시설, 노인 보호시설 등이다. 이날 ‘사랑의 집’도 정기적으로 찾는 곳이다.

이들은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다녔다. 경기도 고양의 ‘효 박람회’, 경남 김해의 ‘허황옥 실버축제’, 김천 전국체전을 찾았다. 김천 전국체전에서는 선수 컨디션 사전 점검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교회도 갔다. 주일 예배를 마친 교인들을 대상으로 봉사했다. 교회 측도 좋아했다. 이 치료 때문에 비신자들이 교회로 몰렸다. 경기도 동두천 안흥교회와 서울 미아리 삼양교회, 경북 문경 가은중앙교회 등 수십여곳에서 봉사했다.

처음 이 봉사의 목적은 카이로프락틱 치료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박 교수는 “카이로프락틱은 미국에서 창안돼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활용되고 있다. 외과 수술 없이 척추 질환을 고쳐 대체의학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박 교수는 “의료봉사가 이 치료법을 알리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예수님 홍보로

그러나 두 엄마가 입학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목적에 전도가 추가된 것이다. 치료하는 30∼40분 동안 복음을 전했다. 두 엄마가 이를 맡았다.

이월희 김진순씨는 교계에서 ‘택시 전도사’로 유명하다. 경기도 고양 한소망교회 권사인 이들은 한동안 택시를 몰았다. 택시회사인 ‘오복운수’를 복음화하기 위해서였다. 또 택시기사와 조수로 활동하며 승객들에게 전도 소책자를 전해왔다. 실제 오복운수의 기사 80%가 전도 및 정착 프로그램인 알파코스를 수료했다.

그러다 이 권사가 목디스크를 앓았다. 수술했지만 재발했고 카이로프락틱 치료로 완치됐다. 치료 효과에 반한 이 권사는 직접 배우기로 했다. 무료 치료하며 전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김천대에 이 과정이 있었다. 두 권사는 2009년도 수시에 응시했고, 합격했다.

이들은 기독교인 박 교수의 전도 열정을 깨웠다. 틈날 때마다 봉사 나가자고 재촉했다. “놀면 뭐합니까. 봉사 나가면 이게 공부고, 봉사하다 보면 복음도 전하고 하는 거지”라고 했다.

그 덕에 박 교수는 아동·노인대상 자원봉사로 올초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을 받았다.

학생들 먹을거리도 책임

두 권사는 자비로 김천역 인근에 연구소까지 차렸다. 수천만원 상당의 카이로프락틱 전용 침대를 들여놨다. 소문 듣고 오는 이들을 무료로 치료했다. 자원봉사 비용도 이들이 댄다. 차량 대여비, 기름값, 뜸 재료비 등을 부담한다. 이들의 간증 집회 사례비 등이 모두 봉사에 쓰인다.

학생들도 변화시켰다. 연구소를 학과생 공부방으로 오픈했다. 돼지고기를 5∼6㎏씩 냉장고에 쌓아놓는 등 먹을거리를 책임졌다. 이성교제, 가정 문제 등을 상담했다. 학교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김천대는 종교사학 재단은 아니지만 총장이 목회자다.

봉사현장에서 전문적인 치료는 교수가 맡는다. 기본적인 카이로프락틱 치료와 근육 마사지는 학생들이 한다. 두 권사는 환자들 마음을 위로하고 기도를 해준다.

카이로프락틱은 전도 무기

전도봉사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어떨까. 백종하(1년)씨는 “이 학과 진학이 권사님들 때문이에요. 교회에서 간증하시는 것을 보고 이 과를 알게 됐어요. 수시, 정시 모두 떨어졌다가 후보로 합격한 것은 전도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 같아요”라며 웃었다. 최씨는 “카이로프락틱으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하는 것 같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소문이 나면서 봉사를 요청하는 교회도 급증하고 있다. 전형준(1년)씨는 “개척교회들의 봉사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추가 일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권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 어깨 목 통증으로 고생한다”며 “카이로프락틱은 최고의 전도 무기”라고 말했다.

한방재활학과는 카이로프락틱 대중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박 교수는 “누구나 집에서 손쉽게 적용,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이라며 “이를 전도와 연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카이로프락틱

충격이나 노화로 제 위치에 있지 않은 척추를 손으로 교정해 병을 치료하는 대체의학이다. 요통 척추분리증 척추측만증 만성두통 등에 효과적이다. 1895년 미국인 대니얼 데이비드 팔머 박사가 창안했다. 카이로프락틱은 그리스어로 카이로는 ‘손’, 프락틱은 ‘치료하다’를 뜻한다.

김쳔=글 전병선 기자·사진 구성찬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