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씨 “CCM으로 한-일 소통의 다리 되고 싶어요”

입력 2010-10-20 17:53


복음화율 1% 미만인 일본의 한 피아니스트가 한국과 일본에서 복음성가(CCM) 뮤지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피아니스트 히데오 고보리는 2004년부터 두 나라에서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또 크고 작은 무대에 서 왔다. 주 무대인 일본에서 크리스천 뮤지션으로 활동하기란 녹록지 않다.

“일본인들은 기독교를 많은 종교 중 하나로 생각해요. 그것도 사이비 종교로요. 그래서 CCM 음악은 금기시되기도 해요. 설 무대도 없고요.”



일본에서 크리스천 음악인이라고 밝히는 것은 곧 자살행위라고 그는 설명했다. 음반이 안 팔리고 설 자리가 없으니 뮤지션으로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감수했다. 고2 때 재혼한 새어머니의 영향으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그는 삶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음악의 원천이 하나님이라고 했다.

히데오는 대학 3학년 때 교통사고로 왼쪽 손목을 크게 다쳤다. 완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골절상이었다. 치료가 끝나도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두 번 다시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그는 하나님께 매달렸다. 같은 교회 교인들도 손목 완치를 위해 기도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치료했다. 의사가 경과를 확인했다. 그 의사는 “다른 쪽 손목이 아니냐”며 놀랐다.

“손목뼈 8개 가운데 2개가 완전히 부서졌는데, 부서진 뼛조각들이 완벽하게 제자리에 붙었다고 했어요. 기적이었지요.”

그는 일주일 후 피아노 연습을 했고, 3개월 후 다시 무대에 섰다. 일본에서 볼 때 히데오는 해외 연주자다. 일본 오사카음대를 졸업한 뒤 주로 파리에서 활동했다. 음악 교육자를 많이 배출하는 파리 에콜놀마르 음악원을 거쳐 유럽 무대에서 독주 또는 협연했다. 불가리아 국제 콩쿠르에서 프랑스 전통음악을 연주해 프랑스 음악상을 받았다.

2001년 귀국했지만 첫 앨범은 2004년 한국에서 냈다. 한국 공연을 본 기획사 대표가 앨범 제작을 제안한 것이다. 이것이 ‘리멤버’다. 세미클래식인 이 앨범은 이국땅 프랑스에서 함께하신 하나님을 찬양했다. 두 번째 앨범 ‘올 어바웃 러브’도 한국에서 발매됐다. 1, 2집이 성공하자 일본 음반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두 앨범에서 인기 있는 8곡을 앨범에 담았다. ‘유 퍼스트 러브’가 이렇게 일본에서 나왔다. 이어 3집 ‘블레스 유’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발매됐다.

히데오는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말을 잘하는 일본 뮤지션’으로 소개된다. 한국말이 유창하다. 1년 동안 독학하며 한국 노래로 한국말을 배웠다고 했다. 지난 18일 일본 교토에서의 전화 인터뷰도 한국말로 했다. 그는 “한국인의 정 때문에 한국을 사랑한다”며 “한국인은 누구나 가족같이 대해 준다”고 말했다.

히데오는 한국과 일본의 다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이 소통되고 사랑이 전해지는 다리다. “예전에 독립기념관을 다녀왔어요. 그 다음부터 한국 사람들이 ‘당신의 나라 일본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면 제 마음이 무너져 내려요. 이 사랑을 갚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치죠. 제 피아노 연주가 두 나라를 위해 뭔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