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바둑 三國志
입력 2010-10-20 17:17
제12회 농심신라면배가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됐다. 한국 중국 일본 삼국의 연승대항전으로 진행되는 농심신라면배는 한국의 이창호 9단·이세돌 9단·목진석 9단·최철한 9단·박승화 4단, 중국의 콩지에 9단·왕시 9단·씨에허 7단·저우루이양 5단·퉈자시 3단, 일본의 이야마유타 9단·하네나오키 9단·다카오신지 9단·유키사토시 9단·사카이히데유키 8단이 출전한다.
최근 세계 바둑계의 흐름은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농심배는 지금까지 한국이 9번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매번 위기의 순간에 나와 연승을 거두며 든든한 에이스 역할을 해준 이창호 9단의 공이 크다. 더욱이 이번에는 농심배와는 인연이 없었던 이세돌 9단이 합세하며 한국은 더욱더 강화된 전력을 갖추었다. 이에 맞서는 중국과 일본도 ‘타도 한국’을 외치며 새로운 진영을 구축했다.
중국은 창하오 9단과 구리 9단이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평균 23.6세의 최정예 신예 기사들이 선발됐다. 신예기사라고 하지만 랭킹 1위 콩지에 9단을 필두로 왕시 9단(3위), 저우루이양 5단(5위), 씨에허 8단(6위), 퉈자시 3단(7위) 등 최강의 멤버 구성이다.
최근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을 꺾으며 세계대회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콩지에 9단과 지난 농심배 5연승의 씨에허 8단은 경계대상이다.
일본도 그동안의 세계대회 부진을 씻고 환골탈태를 꾀하고 있다. 국내 선발전이 없는 일본은 관서기원과 합세해 전원 타이틀 보유자가 출전한다. 이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는 일본 최연소 명인을 차지하며 3관왕을 목에 건 이야마유타 9단과 관서기원 출신 기사들이다. 농심배에서 관서기원 기사가 2명 선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일본 바둑계에도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농심배는 3차전으로 진행된다. 1차전은 중국 베이징에서, 2차전은 부산에서 열리고, 3차전은 내년 1월 상하이에서 치러진다. 농심배는 연승전인만큼 오더 싸움이 치열하다. 한국에서는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의 투톱이 형성되며 누가 주장을 맡을 것인지, 몇 번째 주자로 나갈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지만 첫 번째 주자는 이세돌 9단으로 결정되었다.
1차전이 열리기 하루 전인 17일 개막식에서 봉인된 선수 명단에서 이세돌 9단의 이름이 나왔을 때 장내가 술렁였다. 전례 없던 파격적인 일이다. 지금까지는 강자일수록 뒤쪽에 배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유난히 농심배와 인연이 없었던 이세돌 9단은 이번 농심배 두 번째 출전으로 뭔가를 보여주고 싶었을까. 본인이 첫 번째 출전을 희망했다. 만약 이세돌 9단이 모두 승리를 거둔다면 10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이번 농심배는 어떤 승부가 펼쳐질지 기대해보자.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