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대회 이틀째-화해의 복음을 선포하라
입력 2010-10-20 14:55
[미션라이프] “교회는 르완다의 후투족이나 투치족, 흑인과 백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한국과 북한의 갈등을 치유하고 화해의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한 나라가 되도록 화해를 선포해야 합니다.”
제3차 로잔대회인 ‘케이프타운 2010’ 둘째날인 19일, ‘화해의 복음’이 강조됐다. 주제 강의에 나선 르완다 안토이니 루타이사이어 대표는 90년대 극에 달했던 르완다 학살 사건을 예로 들며 교회는 ‘화해의 복음을 전하는 대사’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루타이사이어 대표는 “20세기 최대 비극중 하나인 르완다 학살 사건은 교회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기독교인이 90%에 육박했던 르완다에서 어떻게 대학살과 같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나”를 물었다.
1991년 당시 르완다 기독교인은 인구 89%에 달했다. 1901년 가톨릭 선교사 라비게리 신부에 의해 기독교가 전래된 르완다는 ‘아프리카 심장의 기독교왕국’을 꿈꾸며 기독교제국으로 발전했다. 41년까지 르완다의 왕이 세례를 받았고 개신교 선교 역시 성공적이어서 30년대에는 강력한 부흥운동이 일어났다. 당시 부흥운동은 주변 우간다, 탄자니아, 케냐, 브룬디 등으로 확산되며 복음이 전해졌다.
그러나 59년부터 63년까지 발생한 유혈 충돌로 르완다 부흥운동은 멈춘다. 이는 14%에 불과했던 투치족이 85%의 후투족을 지배하는 데 대한 불만으로 후투족이 독립운동을 시작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온 비극이었다. 당시 교회는 지배층인 투치족과 손잡고 성장을 거듭했고 정부의 차별정책도 묵인했다. 90∼94년에 발생한 ‘인종 청소’는 후투족 불만의 대폭발이었다.
루타이사이어 대표는 “비극적인 르완다 현대사 속에서 기독교 복음은 부분적, 선택적이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복음의 메시지가 국가 위기와 필요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 교회는 부족간 차별과 계층간 왜곡, 사회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어떠한 메시지도 선포하지 않았다”며 “결국 복음의 메시지는 특정 계층을 위한 것으로 전락했었다”고 말했다.
르완다교회는 94년 이후 부끄러움과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그럼에도 교회는 성장해 2002년까지 전 국민의 90%가 기독교인이었다. 루타이사이어 대표는 그간 교회의 변화에 대해 ‘예 아니오’로 답했다. “예, 교회는 상처를 치유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은 화해의 복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는 결론을 통해 기독교 내부의 세계 복음화 논의와 제자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강단 설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교자로서 목사의 소명은 ‘화해의 사역자’로 서는 것이며 만약 우리가 속한 사회 안에 상처와 증오가 남아있으면 교회의 비난과 비평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해를 주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의 복음운동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한 팔레스타인 출신 대표는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아 숨진 아버지를 떠올리며 울음을 터뜨렸는데 그는 증오와 복수심 대신 그 군인과 일체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부친을 죽인 이스라엘 군인의 가족 역시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를 용서하고 위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화해를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는 부와 가난의 문제, 인종 간 갈등, 환경 위기 등을 주제로 복음의 역할이 강조됐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