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神(김성근 감독) 생각대로' 가을의 전설 쓰다.

입력 2010-10-20 01:06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모든 것이 ‘야신’ SK 김성근 감독의 ‘생각대로’였다. 김 감독이 투수를 교체하면 그 투수는 급한 불을 껐고, 작전을 지시하면 그대로 들어맞았다. 선수들도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야신’의 작전을 소화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한국시리즈 승패는 끝났다.

SK가 19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삼성을 4대 2로 누르고 4연승으로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이로써 2000년 창단 이후 통산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삼성은 단 한 번의 승리도 챙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4게임을 모두 내주며 쓸쓸히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4차전도 1∼3차전과 마찬가지로 투타에서 SK가 삼성을 압도하는 경기였다. 3회까지 삼성 선발 장원삼에게 철저히 막혔던 SK는 4회 장원삼이 흔들리는 틈을 타 단번에 3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SK ‘안방마님’ 박경완은 무사 만루에서 포볼을 얻어내 밀어내기로 선취점을 올렸고, ‘가을 남자’ 박정권은 2루타로 2타점을 올려 순식간에 분위기를 SK쪽으로 몰고갔다.

투수 운용에서는 1∼3차전과 마찬가지로 김 감독의 절묘한 교체 타이밍이 빛났다. 5회말 잘 던지던 글로버가 박석민에게 포볼을 내주자 김 감독은 여지없이 글로버를 내리고 좌완 전병두를 마운드에 내세웠다. 김 감독의 바람에 화답이나 하듯 전병두는 조영훈과 박진만을 각각 병살타와 삼진으로 잡고 간단히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6회말 정우람이 신명철과 김상수에게 각각 안타와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자 김 감독은 마무리 송은범을 조기에 투입해 무실점으로 급한 불을 껐다.

삼성은 기회 때마다 후속 타자가 범타로 물러나 맥없이 경기를 내줬다. 특히 8회말 투아웃 만루 찬스가 뼈아팠다. 박석민이 상대 김광현에게 몸에 맞는 볼을 뽑아내 1점을 따냈지만 조영훈이 삼진을 당하며 땅을 쳤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강봉규의 안타로 한 점을 더 따라 붙었지만 이미 기운 승부의 추를 돌리지는 못했다.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SK 글로버는 4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한국시리즈 MVP는 1차전 쐐기 투런포에 4차전 결승타를 때린 SK 박정권이 차지했다.

SK는 올해도 다승왕 김광현 외에는 단 한명도 개인 타이틀을 가지지 못했지만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과 김 감독의 용병술로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또 2007년 이후 4년 내리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이 중 세 번을 우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에 따라 SK는 1980년대 말∼90년대 초 해태와 2000년대 초반 현대 이후 최고 명문 구단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당분간 한국 프로야구에서 ‘비룡 천하’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