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비자금 파문] 김선웅 변호사 “태광산업이 번 자산으로 오너 개인회사 키워"

입력 2010-10-20 00:53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은 일단 걸림돌은 피하고 보자는 계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2006년부터 태광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투쟁한다고 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장하성 펀드(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이 펀드의 자문 역할을 해 온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의 김선웅(39·사진) 변호사는 19일 본보 인터뷰에서 “태광이 장하성 펀드와의 지배구조 개선 합의를 깬 것은 진정성 없는 합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편법상속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하성 펀드는 태광의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이사 해임소송 등을 제기해 왔다. 또 태광이 천안방송 지분 매각을 통해 편법상속 매각을 시도했다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장하성 펀드는 2007년 감사 및 사외이사 선임에 태광과 합의했지만 결국 2009년 주총에서 감사 선임 등에 실패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태광산업이 벌어들인 자산을 이 회장과 아들 현준군이 공동으로 지분 보유하고 있는 티알엠, 티시스 등 비상장회사에 몰아주면, 결국 이들 회사 매출액이 모회사보다 크게 늘게 되고 지배구조가 뒤바뀐다”며 “그런 후 이 회장이 본인 지분율만 낮추면 아들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대주주의 전횡을 막으려면 나머지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활동을 지켜보고 문제가 있을 경우 개선을 요구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일반 소액주주들은 투자 수익에 관심을 두지, 회사 경영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더욱이 대주주 전횡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해온 금융당국의 태도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그간 편법상속·증여 부분을 지적했으나 사회적으로 사외이사 등 표면에 드러난 지배구조에만 관심이 집중돼 아쉽다고도 했다. 그는 “하지만 결국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진 부분은 지배구조 개선 운동의 성과라면 성과”라고 말했다.

장하성 펀드는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볼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주주대표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펀드는 흥국화재(전 쌍용화재) 주식 37.6%를 흥국생명에 헐값 매각하거나 대한화섬 주식(16.75%)을 이회장 일가 소유 한국도서보급에 단순 시가 매각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