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발표와 달리 시신 발견 전날 사망… ‘24시간 경호’ 구멍?
입력 2010-10-20 00:47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10여 시간 앞서 숨졌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결과가 나왔다. 당장 경호에 문제가 없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심지어 황씨가 자연사한 게 아닐 수 있다는 주장마저 나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9일 “황씨는 9일 오후 3시10분쯤 자택에 돌아와 반신욕을 하던 중 심장질환이 발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황씨가 오후 4시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경찰이 당초 황씨의 사망 시간대로 추정했던 10일 새벽과 비교할 때 10여 시간 앞당겨진 것이다. 시신이 발견된 10일 오전 9시30분보다는 17시간30분 앞섰다. 국과원 부검 결과 황씨의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발견된 음식물은 황씨가 9일 점심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증거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황씨는 9일 오후 1시20분쯤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수강생 강모(62·여)씨가 만든 콩나물무침과 부추김치를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시신을 발견했을 때 복부가 팽창했고 근육이 상당히 풀려 있었던 점도 사망한 시간이 꽤 지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 정도는 시신 발견 직후 검안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당시 경찰은 언급하지 않았다.
황씨 발견 당시 욕조의 물이 따뜻했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게 됐다. 경찰은 난방장치가 가동돼 욕실 온도가 31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목욕물이 다음날 아침까지 따뜻하게 유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는 평소 38~40도 정도로 반신욕을 했고 발견 당시 물 온도는 28도였다”며 “‘따뜻했다’는 현장 조사관의 설명은 미지근한 물을 그렇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씨와 24시간 생활하며 경호하는 신변보호팀이 황씨의 생사를 18시간 가까이 몰랐다는 점은 추가로 밝혀야 할 의문이다. 황씨는 9일 평소와 달리 저녁 간식을 먹지 않았지만 신변보호팀은 다음날까지 의심하지 않았다. 황씨가 귀가 즉시 방문을 잠그고 아침까지 방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황씨의 머리와 목 부위에서 피하 출혈 등이 있었지만 9일 강씨가 안마한 흔적으로 보인다”며 “이 밖에 다른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이 없어 내사를 종결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임세정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