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안보 최대 위협 요소 ‘테러·사이버 공격’

입력 2010-10-19 22:00


“우리는 불확실성 시대에 진입했다.”

영국 정부가 12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전략방위안보보고서의 서문이다. 보고서는 급변하는 시대에 국제 테러리즘과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공격들이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18일(현지시간) 1998년 이후 처음으로 국가안보전략인 전략방위안보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현재 직면한 안보 위협을 중요도에 따라 세 등급으로 구분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보고서가 꼽은 가장 중대한 위협은 북아일랜드 강경세력 등 국제 테러조직의 위협과 사이버 공격이다. 사이버 공격은 최근 이란 핵시설을 겨냥한 스턱스넷(Stuxnet) 악성코드의 공격으로 세상에 위험성을 알렸다.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도 이날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이버 공격은 급속히 성장 중”이라며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에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펜던트는 영국 감청기관 국가통신본부(GCHQ) 이언 로반 본부장의 지난주 연설 내용을 소개하며 영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에 느슨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반 본부장은 영국이 적대국과 범죄자들로부터 핵심 사회기반 시설을 파괴당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의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정부의 대처 노력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로반 본부장은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으로 시스템이 더 취약해져 전력망과 응급구호 같은 인프라가 처한 위험도 커졌다”며 “이런 위협은 실재하고 확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 정보컴퓨터망은 월 1000여개의 악성 이메일을 처리하고 있다.

보고서는 사이버 공격과 함께 자연재해,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은 유행성 질병, 영국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국 군대의 위기 등도 가장 높은 등급에 포함시켰다. 두 번째 등급에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활용한 다른 나라나 단체의 공격을 꼽았다. 세 번째 등급엔 재래식 무기에 의한 대규모 공격, 에너지·식량 안보 위협, 영국 내 원자력 사고 등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369억 파운드(약 66조원)에 달하는 국방예산의 삭감 방안을 공개하기 하루 앞서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새 안보전략 내용이 국방예산 감축 논리의 정당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