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이사회 “더 이상 침묵 않겠다”

입력 2010-10-19 18:12


신한금융지주 사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입을 닫고 있던 이사회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 앞서 임시 이사회를 열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내부 질타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일 신한금융지주 등에 따르면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를 조기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 의장은 “홍콩과 일본에 거주하는 이사가 있기 때문에 일정이 조율되면 이사회를 개최할 것이다. 다음 달 4일 정기 이사회 이전에 임시 이사회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이 오는 27일에나 귀국하기 때문에 임시 이사회를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회장 귀국 이전에 이사회를 열기에는 부담이 있고, 귀국 이후에는 정기 이사회까지 일주일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구태여 임시 이사회를 열 필요가 없어진다”고 했다.

이사회가 서두르는 것은 외부 압력과 내부 불만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이사회에 주주와 직원 대표 등이 참여한 경영 정상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더 이상 침묵하는 이사회가 지속된다면 조직을 위기에서 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물론 사외이사 각자가 쌓아온 명망에 흠집이 날 것”이라며 이사회에 행동을 요구했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은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이사회가 나서서 조기 수습을 하라는 경고장을 던졌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상관없이 라 회장 거취, 후계구도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빅3(라 회장,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의 동반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라 회장이 다음 달 4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에서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금융당국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다음 달 11∼12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대한민국 금융산업을 대표하는 곳에서 일이 벌어졌다. 정상회의 이전까진 신한 사태의 가닥이 잡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신한은행 정기검사 시기를 다음 달 8일로 당겼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 달 4일 제재심의위원회가 끝나면, 8일부터 신한은행 정기검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모든 의혹을 다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라 회장은 물론 신 사장과 이 행장이 연루된 각종 의혹을 모두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자 금융권에서는 이사회가 열리기 이전에 라 회장, 신 사장, 이 행장이 동반사퇴와 고소 취하 등에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관치’라는 외부 입김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에서 서둘러 수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