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맞아?… 63% 현지어 ‘캄캄’

입력 2010-10-19 18:27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우리나라 외교관들의 현지 언어 구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국가별 편차 또한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통상부가 19일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에게 제출한 ‘재외공관별 현지 언어 구사 비율(2010년 9월 기준)’을 보면 비영어권 재외공관 100곳의 평균은 36.9%에 그쳤다. 이는 외교부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를 제외한 재외공관 외교관을 상대로 해당지역 어학 등급 보유자나 지역 연수자, 관련 언어 전공자를 집계한 자료다.

자료에 따르면 현지 언어를 적정 수준으로 구사하는 직원 비율이 50%가 안 되는 공관이 61곳에 달했다. 심지어 현지어를 쓸 줄 아는 외교관이 1명도 없는 공관도 29곳이나 됐다. 자원 외교의 주요 대상국인 리비아 대사관, 두바이 대사관 등 아랍어 사용국과 인도네시아 대사관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핀란드, 포르투갈 등 8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공관에도 현지어 사용 인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 한국 여행객이 많이 찾는 국가의 공관들도 현지 언어 구사 비율이 25%가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일본과 중국 지역의 현지 언어 구사 능력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100%로 조사된 곳이 5군데인데 고베, 나고야 총영사관 등 모두 일본 지역 공관이다. 칭다오 총영사관(85.7%), 상하이 총영사관(77.8%) 등 중국 공관도 비율이 높았다. 반면 러시아는 러시아대사관 52.6%,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 40.0%로 중국, 일본에 비하면 낮았다.

외교부는 특정 외국어 능력을 지닌 재외 공관원에 대해 특수외국어가산금까지 지급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 의원은 “재외공관 인력 배치 때 현지어 구사 가능자를 우대하는 등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