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비자금 파문] 흥국생명-태광산업 수상한 거래… 방송업 종잣돈 제공 의혹

입력 2010-10-19 18:24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흥국생명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 간 거래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업적자인 흥국생명이 무리하게 자산 인수에 나서면서 태광산업이 방송사업 진출에 필요한 ‘종잣돈’을 마련해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흥국생명은 현재 본사 사옥으로 쓰고 있는 서울 신문로1가 24층짜리 빌딩을 지난해 3월 그룹 계열사인 태광산업으로부터 사들였다. 24층에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개인 집무실이 있는 이 빌딩 매입가는 4369억원이었다.

흥국생명은 이어 태광산업이 갖고 있던 흥국화재 주식 1933만주를 지난해 12월 1218억원에 사들였다. 흥국생명은 지난 한 해에만 계열사로부터 무려 5587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한꺼번에 사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측은 당시의 지가상승분과 미래 가치 등에 중점을 두고 자산을 매입한 만큼 탈법적인 행위는 없었다고 항변한다. 회사 관계자는 “외환위기로 인해 2000년 계열사인 태광산업에 팔았던 빌딩을 경영 정상화 후 다시 사들인 것일 뿐”이라며 “당시 토지감정가 등을 바탕으로 매입했기 때문에 절차상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흥국화재 지분을 매입한 것은 금융그룹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당시 적자상태여서 이 같은 대규모 자산 매입을 단행할 만큼 여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있다.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에서 신문로 빌딩을 사들였던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352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이 회사의 자산은 8조4000억원에 불과했으며 당시 흥국화재는 수년째 적자가 누적돼 자기자본금까지 다 까먹은 ‘자본잠식’ 상태의 부실기업이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태광산업의 방송사업 진출에 필요한 ‘종잣돈’을 흥국생명이 마련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 관계자는 “자산 인수 당시에는 금융위기로 인해 적자였지만 향후 투자와 영업부문 등에서 흑자가 예상돼 빌딩 및 주식 등을 인수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재무상태를 떠나 흥국생명이 고객 자산으로 운영되는 보험사란 점에서도 계열사 지원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게다가 흥국화재의 주식가치는 인수 후 더 떨어졌다. 흥국생명이 주당 6300원에 사들인 흥국화재 주가는 올해 주가 활황에도 불구하고 19일 현재 5690원으로 하락, 대규모 투자손실을 내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