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무상 수리해달라” 국내 첫 소송

입력 2010-10-19 18:38


지난 2월 이모(13)양은 생일선물로 아이폰을 받았다. 아버지가 8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사준 아이폰 3GS 단말기는 8개월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 4일 갑자기 고장이 났고, 비상전화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이양은 이틀 뒤 아이폰을 국내에 도입한 회사를 방문했으나 “아이폰 애프터서비스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는 아이폰 제조사인 미국 애플사의 한국법인인 애플코리아가 지정한 수리점을 찾아갔다. 이어 고장난 아이폰을 제시한 뒤 ‘무상수리 대상’이라는 접수증을 교부받고 수리를 맡겼다. 이들은 리퍼폰(새 제품처럼 수리한 중고폰) 물량이 떨어져 제품이 입고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양은 이틀 뒤 “아이폰에 침수 흔적이 있어 무료수리 대상이 아니다”며 수리비 29만400원을 내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폰을 물에 빠뜨리거나 물기에 접촉한 적이 없었던 이양은 수리점을 찾아가 따졌다. 하지만 “아이폰 침수 라벨이 처음에는 흰색인데 붉은색으로 변한 것은 침수 흔적이고, 이는 무상으로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

결국 이양은 “애프터서비스에 필요한 비용 29만400원을 지급하라”며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미성년자인 이양은 아버지가 대신 낸 소장을 통해 “아이폰을 물에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습기에 의해 라벨 색깔이 변한 사례가 있어 라벨색 변화를 이유로 침수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면서 “소송 과정에서 제품을 해체해 기판을 확인하면 진실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은 또 “습기나 침수 피해를 막으려는 별다른 조치 없이 아이폰을 판 것은 불완전한 제품을 공급한 것”이라며 “아이폰이 습기에 취약하다면 사전에 습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아이폰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첫 소송이어서 앞으로 유사 소송이 이어지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올해 상반기에만 한국소비자원에는 아이폰 고장 및 애프터서비스 관련 상담이 수백 건 접수되는 등 그동안 애플의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애플은 현재 휴대전화 특허 침해 여부를 두고 노키아와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에 거주하는 고객 2명은 아이폰4의 수신 불량을 이유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