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도 아이폰 중독?… 화면 건드리기만 하면 쉽게 쓸 수 있어 손에서 못놔

입력 2010-10-19 21:59


스마트폰 열풍이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휘몰아치고 있다.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1∼3세 아이들이 아이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례가 미국에서 늘고 있어 부모들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시카고에 사는 켈리 호츠는 “아이폰으로 미키마우스를 보여줄게”라며 한 살짜리 아들 브래디를 억지로 깨우곤 했다. 문제는 어린이집에 가는 차 안에서도 아이폰만 들여다보며 내리지 않는 것. 켈리 부부는 “아이폰을 찾아 온 집안을 헤매다 아이 침대 밑에서 발견한 적도 있다”며 “우습기도 했지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이폰은 알파벳을 몰라도, 말을 못해도 사용할 수 있다. 화면에 뜬 그림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기만 하면 된다. 이 때문에 유아들까지도 아이폰을 쉽게 이용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유아들을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앱)도 ‘교육용’이라는 간판을 달고 수두룩하게 올라와 있다. 동그라미와 선 그리기를 연습할 수 있는 앱부터 다양한 언어로 동요를 들려주는 앱, 심지어 기저귀 만드는 킴벌리-클라크사도 앱을 내놓았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는 수십만개의 만화영화가 올라 있다.

워싱턴DC 외곽에 사는 질 미콜스 에테스는 세 살 된 딸이 아이폰을 척척 사용하는 것을 흐뭇하게 생각했다. 다양한 유아용 앱 덕분에 ‘불꽃(fireworks)’ ‘별빛(starlight)’ 같은 단어를 빨리 익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콜로라도주의 교육심리학자 제인 힐리는 “(스마트폰의) 낱말 익히기 앱이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며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고 대화를 하면서 언어를 익히는데, 스마트폰엔 아무런 대화도 경험도 없다”고 지적했다.

에테스도 결국 딸의 아이폰 사용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차 안에서 6시간 동안 아이폰만 만지작거리며 도통 밖으로 나가거나 부모와 대화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소아의학회는 휴대전화도 유아들의 건강 발달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2세 이전까지는 사용을 금하도록 권하고 있다. 소아의학회 그웬 오키프 대변인은 “최신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어린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논의하지만, 휴대전화 산업은 너무나 복잡해 제대로 분석하기가 어렵다”면서도 “현재까지는 휴대전화도 TV와 똑같은 ‘스크린’ 기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템플대 심리학과 캐시 허시파섹 교수는 “뉴욕에서 지하철을 탔다가 아이 손에 아이폰을 들려주는 부모가 너무 많아 충격을 받았다”며 “나도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이지만 아이들에겐 별다른 교육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