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투수 싸움서 승부 갈린 한국시리즈… ‘짠물 피칭’ SK 방어율 2.67-‘맹물 피칭’ 삼성 방어율 5.76

입력 2010-10-19 18:01

선발이 무너진 한국시리즈에서 불펜의 활약에 따라 팀 성적도 엇갈리고 있다. SK는 막강 좌완 계투진을 중심으로 삼성을 압도한 반면 삼성은 ‘지키는 야구’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불펜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3차전까지 선발진의 방어율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불펜진이 실력차를 보이며 투수들의 전체 방어율에서 SK(2.67)와 삼성(5.76)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SK는 3차전까지 선발 투수가 모두 5회를 넘기지 못했다. 1차전 선발로 나와 잘 던지던 김광현이 5회 들어 안타와 폭투 등으로 흔들리며 마운드를 내려가자 정우람이 등장해 2사 만루에서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정대현, 전병두, 송은범이 이어 던지며 결국 승리를 챙겼다.

2차전에서도 선발 이승호(등번호 37번)가 2회에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전병두와 이승호(등번호 20번), 정대현, 송은범으로 이어지는 불펜진이 더 이상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3차전 역시 카도쿠라가 불안한 출발 이후 3회 조기 강판되자 2차전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이승호(37번)가 SK마운드를 구하며 포스트 시즌 첫 승을 가져갔다. 송은범이 9회 들어 폭투 등으로 1실점하며 제대로 뒷문 단속을 못한 것이 유일한 흠이었지만 이승호(20번)가 뒤를 받쳐주며 무너지지 않았다. SK는 결국 1, 2, 3차전 모두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가 승을 챙겼다.

불펜이 좋은 기록을 이어간 데는 김성근 감독의 빠른 투수 교체 전략도 큰 역할을 했다. 김 감독은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미련 없이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고 한 템포 빠른 교체는 실점을 최소화했다.

이에 비해 삼성은 정규시즌에서 자랑하던 막강 불펜진이 제 모습을 찾지 못하며 무너졌다. 불펜진이 부진에 빠지며 올 정규시즌 5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58승 2패라는 압도적 승률을 기록했던 삼성은 포스트 시즌에 들어와 매 경기 어려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좌완 권혁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자책점 27.00의 부진에 빠진 데 이어 한국시리즈 들어서도 54.00을 기록하며 삼성 불펜진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투수 교체도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 1차전에서 레딩에 이어 투입된 권혁, 권오준이 2사 만루를 만들며 위기를 자초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복귀한 오승환이 결국 3점을 실점하며 경기 주도권을 SK에 내줬다. 권혁은 2차전에서도 박경완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이틀 연속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