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산다

입력 2010-10-19 21:17

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이른바 ‘그랜저 검사’를 무혐의 처리한데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여야 구분 없이 의원들이 재수사를 요구한 가운데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문제의 부장검사 외에 또 다른 수사검사에게도 그랜저가 전달됐다는 의혹이 담긴 건설사 직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당시 부장검사인 정모씨가 알고 지내던 S건설 대표 김모씨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대한 고발을 접수해 수사를 벌였으나 대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 7월 정씨를 무혐의 처리했다.

이 같은 검찰의 처리에 대해 국민이 절망하는 건 당연하다. ‘스폰서 검사’ 수사에서도 느꼈지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도를 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검사가 아닌 일반 공무원이 그랜저를 받은 경우에도 과연 검찰이 무혐의 처리를 했을지 의문이다. 혐의 입증이 어려우면 다른 것을 뒤져서라도 끝내 기소를 해온 게 우리 검찰 아니었던가. 하지만 자기 식구에 대해서는 대가성에 대한 해석이 고무줄처럼 유연하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의원들의 재수사 요구에 대해 “감찰본부가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사건 처리가 적절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감찰 결과를 보고 수사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나오면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특임검사에게 수사를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재수사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한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의 지난 7일 국감 답변과 사뭇 다른 것이다. 반드시 재수사로 이어져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사람들의 잘못을 수사하고 단죄하는 검찰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이것이 확립되지 않으면 신뢰와 권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자기 자신에게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검찰 총수인 김 총장은 후배 검사를 감싸는 것과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 중 무엇이 검찰을 위한 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