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얼짱’ 차유람의 AG 각오 “관심 부담스럽지만 금메달 꼭 딸거예요”

입력 2010-10-19 21:27


차유람(23)은 ‘당구 얼짱’으로 유명하다. 실력뿐 아니라 외모도 출중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차유람은 지독한 연습벌레에 독실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오로지 ‘당구’라는 한 목표에 충실하고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는 한국의 당찬 20대였다.

#“사구는 못쳐요. 오직 포켓볼만…”

지난 17일 인천 서창동 성산교회에서 차유람을 만났다. 세계 최고 수준의 당구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차유람에게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래서 당돌하게 “당구를 몇 치느냐”고 물어봤다. 내심 300은 넘을 것이며, 한 번 같이 쳐 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도 하면서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차유람은 “얼마인지 모른다”고 머뭇거리더니 결국 “사구는 못친다”고 답했다.

의아했다. 세계 최고의 당구 선수가 사구를 못친다니….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차유람은 당구를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당구 중에서 포켓볼만 쳤다고 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사구·스리쿠션과 포켓볼은 당구대와 공 크기도 다르다. 차유람은 “사구나 스리쿠션과 포켓볼은 공을 치는 방법도 차이가 난다”면서 “물론 행사나 이벤트에서 가끔 스리쿠션을 쳐보기는 하지만 주 종목인 포켓볼을 연습하는데 혹시나 혼동을 줄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아예 사구나 스리쿠션을 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차유람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오로지 당구. 그 중에서 ‘포켓볼’ 하나에 매달렸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권유로 테니스를 시작했지만 초등학교 시절 뙤약볕에서 하루 10시간이 넘는 가혹한 운동량에 이를 접고 오로지 당구에만 매진했다고 한다. 당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도전정신 때문이었다고 차유람은 말했다. 그녀는 “남들이 안하는 것에서 더 끌렸다. 하지만 모험이기도 했다. 당구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지 않아서 미래도 불확실했기 때문에 당구를 선택하는 데 모험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결국 차유람은 매일 담배 연기가 솔솔나는 사설 당구장에서 10시간 넘게 스트로크를 휘둘렀다. 당구에 매진하기 위해 학교도 중학교 2학년 때 그만뒀다. 그리고 어느새 ‘당구 얼짱’이 되어 있었다.

#“과도한 관심 부담스럽지만…”

차유람이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실력뿐 아니라 깜찍한 외모도 큰 작용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차유람은 실력으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라 얼굴이 예뻐 인기가 있는 것을 몹시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차유람이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6년 9월 13일 ‘2006 트릭샷 매직 챌린지’ 대회에서 자넷리와 결승전을 치를 때부터다. 당시 19살의 차유람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결국 컨디션 난조로 1대 2로 아쉽게 패했다. 그런데 경기 직후부터 각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차유람의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19살 어린 소녀에게 이런 갑작스런 관심은 오히려 악영향을 끼쳤다.

차유람은 “날짜도 기억한다. 당시 자넷리와 결승전을 가졌을 때 심적으로 부담이 너무 심했고, 결국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차유람은 결국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아는 사람을 통해 곧바로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다. 그 곳에서 1년 가량 있으면서 자신의 내면을 더욱 가다듬었다. 또 플로리다 현지에서 개최되는 크고 작은 대회에 참여하며 실력도 가다듬었다. 결국 마음의 병을 극복한 차유람은 이후 2008년 US오픈 4강, 2010년 암웨이컵 세계 여자나인볼 오픈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포켓볼에서는 세계 3위다. 차유람은 “얼짱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수식어가 아직은 부담스럽다. 외모 때문에 나를 좋아해주시는 분이나 당구때문에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이 있지만 어쨌든 내가 하는 당구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저우에서 금메달 기대해주세요”

차유람에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 전망을 물어봤다. 그러자 곧바로 “자신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차유람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도 참여했지만 당시 슬럼프 때문에 메달을 따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광저우에서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다. 하루에 기술 훈련 5시간을 포함해 7∼8시간을 훈련에 매달린다. 척추측만증이라는 부상이 있어서 재활치료도 매주 세번씩 받고 있다. 개인시간은 물론 없다.

광저우에서는 당구에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참고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구 종목에는 캐롬, 포켓볼, 잉글리시 빌리아드, 스누커가 있다. 물론 한국에서 흔히 치는 사구는 없다. 스리쿠션을 일컫는 캐롬은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이지만 남자 단식 금메달 한 개만이 걸려있다. 차유람은 포켓볼 여자 8볼과 9볼에 출전한다. 차유람은 이 중 9볼 전문가다. 차유람은 도전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광저우에서 적수는 나 자신”이라고 했다. 이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진정한 1위가 된다.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그 선수를 이기면 끝이라는 거다. 내 목표는 끊임없는 도전이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1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내 힘의 원천은 믿음”

차유람은 인터뷰 내내 하나님을 강조했다. 당구 훈련이 힘들고, 부상을 입었을 때도, 세계대회 우승 후 공허한 마음을 추스르는 데도 하나님의 ‘믿음’이 있기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차유람은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고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솔직히 당구를 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 하지만 하나님이 끝까지 하게 하셨다. 지금은 오히려 감사하다. 가끔 당구 아니면 뭘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하나님이 당구라는 목표를 주셨다.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런 꿈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에 하나님은 나에게 꿈을 주셔서 내가 지금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고 전했다.

지금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지만 예배는 매주 참석하고 있다. 태릉에서 인천 교회까지 두시간은 족히 걸리지만 그녀는 군말없이 예배를 보고 곧바로 태릉선수촌으로 향했다. 태릉선수촌에 들어갈 때 대표팀 이장수 감독에게 다른 것은 괜찮으니 수요 예배와 주일 예배는 반드시 교회에서 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광저우에 가서도 일요일이나 수요일에는 인터넷으로 교회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했다. 차유람에게 이날 기도한 내용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기도는 이랬다.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게 해 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금메달 결과는 하나님께 있습니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