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G20 정상회의 D-22] “기초질서부터 지켜야 진정한 선진 국가로 도약”

입력 2010-10-19 17:53


⑨ ‘법사랑 자원봉사단’ 활동

“유럽여행을 갔는데 그 나라 유물인 동상에 쓰여 있는 낙서 중에서 우리말이 제일 많더라고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라는데 이제 글로벌 에티켓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어요. ‘당신은 G20 정상회의의 스물한 번째 정상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과 법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성신여대 법학과 홍세영(21)씨는 어릴 적 영국과 일본에서 생활했다. 한국에 들어와 대학생으로 생활하다 보니 어릴 적 당연히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법과 질서를 우리 국민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일 세계무대로 나아가자고 외치는 한국에서 선진국의 기본 요건인 준법정신이 낙후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법사랑 서포터스’라는 법무부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같은 과 동기인 전윤아(19)양과 김선정(19)양은 홍씨가 취업에 유리한 공부나 취업활동 대신 법무부에서 자원봉사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호기심이 생겨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다가 두 사람도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최근 G20 정상회의를 위한 봉사팀을 결성했다.

법사랑 서포터스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활동에 들어간 법사랑 자원봉사단 활동 중 하나다. 법질서시민네트워크,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은 정상회의 기간 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서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벌이고 교통·관광 안내 등을 맡는다.

홍씨처럼 대학생으로 구성된 법사랑 서포터스가 주로 하는 활동은 시민들에게 기초질서부터 지켜보자는 홍보를 하는 것이다. 거창한 구호 대신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작은 질서부터 지키다 보면 성숙된 시민의식을 기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이들은 우선 초등학교 부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지켜야 할 작은 실천사항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웹툰(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제작한 온라인 만화)으로 그려봤다. 이후 적지 않은 네티즌이 블로그에 댓글을 달고 호응을 보냈다. 아마추어 티가 나는 웹툰이지만 작은 법질서부터 잘 지키자는 목소리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요즘 학교 근처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많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미국과 일본에서는 스쿨존을 어떻게 시행하는지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웹툰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학습교재로 쓰고 싶다고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어디에선가 우리가 만든 웹툰을 보며 준법정신을 기르는 초등학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뿌듯해요.”

이들은 스쿨존에 대한 홍보뿐만 아니라 ‘불법 다운로드 근절’ ‘좋은 댓글 달기’ ‘학교 폭력 추방하기’와 같이 우리 일상에서 문제의식 없이 잘 지켜지지 않는 점을 온·오프라인에서 여러 방법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학교 근처 문구점이나 상점에 들어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지는 않는지, 불합리한 처벌을 받진 않는지 설문조사를 하며 보고서도 작성했다. 또 최근 젊은 층을 상대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터와 블로그 등도 활용해 다른 대학생의 참여도 이끌어 내고 있다. 법무부 역시 자원봉사단이 조사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해 법개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기획단 위성국 검사는 19일 “법사랑 서포터스 봉사활동은 법을 지키자고 정부기관이 일방적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국민 간에 소통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라며 “자원봉사 활동이 G20 정상회의를 위한 반짝 이벤트가 아니라 이후로도 꾸준히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