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등극’ 2012년 대권 승계 예약… 시진핑 中 중앙군사위 부주석 선출 의미

입력 2010-10-19 00:38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번 17기 5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선출됨에 따라 사실상 차기 대권승계가 확정됐다. 이는 당·정·군의 실질적인 차기 지도자로서의 입지가 확보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권력승계 과정에서 정파 간 이해관계 등이 얽혀 권력투쟁 등 적잖은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질적인 차기 지도자로 등극=시 부주석은 이제 명실상부한 중국 권력의 ‘황태자’가 됐다. 시 부주석은 내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자동으로 중화인민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된다. 중국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직은 사실상 차기 대권 승계를 의미한다.

그는 중국 정치체계상 2012년 가을 열리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된다. 중국 권력의 심장부이자 최고지도부인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으로서 현재 서열 6위인 그는 서열 1위로 올라선다. 2012년이 되면 중앙정치국 위원에게 규정된 만 68세의 연령상한선으로 현재 9명의 상무위원 중 서열 7위인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를 제외한 7명이 일선에서 물러나기 때문이다. 2013년 봄 전인대에서 국가 주석으로 선출된다.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이 모든 과정의 확실한 디딤돌이다. 2007년 제17기 공산당 대회에서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낙점 받고 2008년 국가부주석이 된 그에게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당·정·군의 실질적인 2인자라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중국의 권력특성상 막강한 영향력을 갖는 군의 2인자는 차기대권을 위한 필수코스다. 지난해 17기 4중전회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되지 않아 한때 후계구도를 둘러싼 권력투쟁설이 제기된 것도 이런 이유다.

◇권력투쟁 본격화=시 부주석이 차기 권력승계자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권력투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마오쩌둥(毛澤東)부터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까지는 권력이 1인자에게 집중됐지만 후 주석 때부터는 집단지도체제가 되면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인을 중심으로 사실상 권력이 분점됐다. 현재는 장쩌민의 상하이방과 후 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시 부주석이 포함된 태자당이 권력을 공유하는 형태다.

따라서 시 부주석이 권력을 승계 받는 2012년 공석이 되는 상무위원 7석을 놓고 치열한 물밑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방은 시 부주석의 태자당과 우호적 지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장 전 주석의 영향력도 올해부터 거의 사라진 상황이어서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후 주석이 좌장인 공청단의 견제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사실상 후 주석 계열로 분류되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달리 공청단 소속인 리커창 부총리가 차기 총리를 맡게 되는 것도 국정 운영상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후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늦게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2013년 후 주석이 국가 주석직에서 물러나도 군사위 주석직은 쉽게 넘겨주지 않고 영향력을 계속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장 전 주석도 2002년 11월과 2003년 3월 후 주석에게 당 총서기직과 국가주석직을 물려 줬지만,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과 국가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각각 2004년 9월과 2005년 3월까지 유지한 바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