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무는 태광 의혹… “李회장 일가, 보험계좌로 800억 비자금 추가 조성”
입력 2010-10-19 00:43
검찰이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18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서울국세청 압수수색은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상속과 세금포탈, 이어진 국세청 세무조사와 이를 둘러싼 로비 의혹 등을 규명키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태광그룹이 비자금으로 인맥관리를 한 정·관계 인사 100여명 명단, 이른바 ‘태광 리스트’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인 만큼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세청 압수수색 배경은=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는 2007∼2008년 태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따른 과세자료다. 서울국세청 관계자는 “(태광그룹) 세금 납부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겨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세청이 2008년 이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차명주식 형태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상속받은 사실을 파악해 수백억원을 추징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이 태광그룹의 비자금 흐름을 상세히 파악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특히 태광그룹과 국세청의 유착관계까지 의심하고 있다. 이 회장의 세금포탈 사실을 확인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이유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비자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업무 협조 차원에서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고려상호저축은행 예금과 태광산업 차명주식, 3자 명의 부동산으로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20년 넘게 관리한 사실을 확인했다.
◇잇따르는 태광그룹 의혹=태광그룹 불법·편법 의혹도 연일 드러나고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 해직 노조원 모임인 ‘해직자복직투쟁위원회(해복투)’는 이 회장 일가가 계열사 보험 계좌를 통해 800여억원의 비자금을 추가 조성했다고 폭로했다. 해복투 관계자는 “이 회장 일가가 흥국생명 지점 보험설계사들의 명의를 도용해 1997∼2000년 만기가 돌아온 계좌에 저축성 보험 313여억원을 운용했다”며 “2001년 이후 만기되는 계좌에도 500여억원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이 계열사인 태광산업 소유인 천안방송 지분 일부를 팔았다가 이후 이 회장과 아들 현준(16)군이 100% 소유한 회사가 천안방송 해당 지분을 되사는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명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라자드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방송법상 기업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독점규제 조항 때문에 2001년 천안방송 지분 67%를 홈쇼핑 채널 3곳에 팔아야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해당 규정이 완화된 2005년 전주방송을 통해 지분을 다시 샀다. 주식 가격은 4년이 지났지만 66억원으로 동일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채널편성권을 갖는 SO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 홈쇼핑 채널에 지분을 일정 기간 보관해두는 ‘파킹’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회장 아들이 일부 지분을 갖고 있는 전주방송에 매각돼 주식이 편법 증여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연구소 측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태광산업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연구소 관계자는 “태광산업 감사에게 회사를 대표해 이사의 임무 해태 행위로 발생한 태광산업의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감사가 30일 이내에 주주들의 청구를 거부하면 주주들이 회사를 대신해 대표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박지훈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