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이 회장 모친이 비자금 몸통?… 측근들이 ‘왕상무’로 불러
입력 2010-10-19 00:44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가 주목받고 있다. 검찰이 이 상무를 출국금지하고 그와 주변인에 대한 계좌추적에 수사력을 모으는 이유는 이 상무가 태광그룹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18일 “수사팀이 회장에 대한 비리 제보 내용과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 상무가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에 상당 부분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막내아들인 이 회장에게 태광그룹 경영권을 넘겨준 이 상무가 그동안 그룹 주요 의사결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증언도 꾸준히 나왔다.
검찰은 태광그룹이 차명주식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이 상무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구체적 제보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무는 태광그룹의 2006년 쌍용화재 인수 때도 개인 계좌로 쌍용화재 주식을 집중 매입하는 등 태광그룹이 사업 확장을 할 때마다 전면에 나섰다. 이 상무는 쌍용화재 사건으로 검찰에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이 상무는 창업주 고(故) 이임용 회장의 부인이다. 그는 태광이 섬유회사로 성장하던 1960년대부터 회사 자금을 도맡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전 태광그룹 회장을 지낸 이기화씨와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가 이 상무의 남동생이다. 이 회장의 측근들은 그를 ‘왕상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태광그룹의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는 “이 상무는 자금을 놓은 적이 없다”면서 “이 회장이 경영을, 이 상무가 자금을 맡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태광그룹 본사 인근에 회사가 운영하는 유료주차장이 있는데 주차요금으로 받은 현금을 이 상무에게 모두 가져다 줄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 상무와 이 회장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같지만 실제로는 따로 살았다”면서 “지난 주말 검찰이 압수수색한 이 회장의 자택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니라 이 회장이 실제로 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용훈 노석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