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팬택… 한국 전자 브랜드 ‘일본 상륙작전’
입력 2010-10-18 21:45
외국 브랜드가 좀처럼 발붙이기 힘든 일본 전자제품 시장에 한국 업체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팬택은 스마트폰 시장, LG전자는 TV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술력과 브랜드 위상이 높아진 국내 업체들이 일본 현지 브랜드들의 철옹성을 허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팬택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탑재 스마트폰 ‘베가’를 연내 일본에서 2위 이동통신사 KDDI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베가는 지난 7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아이폰4를 잡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고사양 제품이다. KDDI는 3위 이통사 소프트뱅크가 애플 아이폰을 들여와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자 대응모델의 하나로 베가를 선택했다.
팬택은 2005년 11월 일본 시장에 진출, 현재까지 일반 휴대전화 300여만 대를 팔았으나 안드로이드폰 수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택 관계자는 “KDDI는 베가를 하반기 전략 제품으로 삼고 있다”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팬택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1위 이통사 NTT도코모에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을 공급한다. 갤럭시S는 이달 말, 갤럭시탭은 다음 달 말 출시될 예정이다.
NTT도코모는 KDDI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시장 대응 차원에서 삼성전자를 새 파트너로 맞았다. 소프트뱅크가 독점 공급하는 아이폰4와 아이패드의 대항마로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택한 것. 일본에선 단말기에 이통사 로고만 박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NTT도코모는 갤럭시S와 갤럭시탭에 제조사 로고를 표기해 삼성전자 브랜드임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LG전자는 다음 달 18일부터 일본 전역의 양판점에서 발광다이오드(LED) TV 판매를 시작한다. 2008년 말 철수한 뒤 2년 만에 다시 일본 TV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틈새시장을 겨냥하지 않고 22∼55인치 풀라인업 제품군을 한꺼번에 출시해 현지 브랜드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제품 경쟁력 이외의 영역에서도 현지 브랜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LG전자는 일본 전역에서 주문 후 익일 배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제품 보증과 사후 서비스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규홍 LG전자 일본법인장(부사장)은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프리미엄 TV 시장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라며 “철저한 시장 조사를 거친 제품과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향후 3년 내 두 자릿수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전자제품 시장은 현지 업체들의 브랜드파워가 워낙 강해 우리 기업들의 도전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계속 도전하는 것 자체가 우리 기업들의 자신감이 커졌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