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광산·석유시추·희토류 투자… 은행, 자원개발 눈독 왜?
입력 2010-10-18 18:19
국내 은행들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적인 진출을 시작했다. 구리광산, 가스전·유전 개발자금을 대는가 하면 자원개발 회사를 인수·합병(M&A)할 때 든든한 자금줄이 되기도 한다. 각국마다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는 해외 자원개발 전쟁에 ‘총알’을 공급하는 수송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전면에는 산업과 수출입 등 국책은행이 섰다. 하지만 국책은행이 ‘길’을 낸 뒤에는 민간은행과 기업들이 잇따라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자원개발금융이라는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자원개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PF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18일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자원개발금융으로 지원된 돈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당초 계획했던 2조2000억원을 뛰어넘었다. 수출입은행은 연말까지 3조2000억원을 자원개발 사업에 쏟을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유연탄, 우라늄, 철광, 구리, 아연, 니켈, 희토류 등 국가전략 광물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파나마 코브레 구리광산(매장량 21억t) 개발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7월에는 포스코가 호주 철광석 광산 지분을 사들이는 데 2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이 철광석광산 지분 인수로 철광석 자주개발비율이 20% 포인트 높아졌다.
수출입은행은 한국석유공사가 영국의 석유탐사업체인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을 인수하는 데 7억5000만 달러를 투입, 후방 지원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PF를 세계적 IB(투자은행)로 발돋움하게 만드는 발판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미국계 은행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지금이 세계 PF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그동안 석유화학이나 단순 발전 플랜트 위주로 해왔던 해외 PF를 발전·에너지 쪽으로 넓혔다.
PF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자원 개발 등의 사업성과 미래 현금흐름을 보고 투자하는 금융기법이다. PF분야 세계 권위지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은 글로벌 PF 분야에서 국내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13위에 올랐다.
멕시코 최대 구리광산인 볼레오 광산 개발은 대표적 PF 성공 사례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에서 세계적 자원개발 기업인 바하 마이닝(Baja Mining)과 볼레오 광산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는 약정을 맺었다.
볼레오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25년 동안 매년 광석 300만t을 캐내는 사업이다. 연간 6만t의 전기동과 코발트, 아연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볼레오 광산 개발에는 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컨소시엄(LS니꼬동제련, 현대하이스코, SK네트웍스, 일진)이 지분 30%를 투자한다. 총 투자비 12억1300만 달러 가운데 PF로 충당하는 돈은 8억23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돈을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조달해 주기로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가스전(매장량 6800만t) 개발사업, 캐나다 희토류 광산 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고 서아프리카, 중남미, 호주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원개발 프로젝트에도 뛰어들었다”며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자원개발 시장에서 국내기업과 금융회사가 손을 잡고 나서면 자원은 물론 해외 금융시장 확보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