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부리는 납치 산업… 매년 최소 1만2000명 피랍 몸값 1조7856억원

입력 2010-10-18 22:13


연매출 규모가 10억 파운드(약 1조7856억원)나 되는 세계적 산업이 있다. 사람들을 ‘걸어 다니는 황금’이라 부르며 상품처럼 사고파는 이른바 납치산업이다.

케냐 연안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어선 ‘금미305호’가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보안업체 AKE와 인질협상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갈수록 번창하고 있는 납치·인질산업의 실태를 소개했다.

납치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다. 멕시코에서는 2008년에만 7000명 이상이 납치됐고, 나이지리아에선 납치사건이 지난해 1000건 이상 발생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적어도 1만2000명이 납치되고 있다.

납치범에게 지불하는 몸값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경찰은 2006∼2008년 납치범에게 지불된 몸값 규모는 1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북아프리카에서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UIM)가 외국인 납치산업에 뛰어들면서 연간 약 2억 달러를 벌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몸값을 올린 주범은 소말리아 해적들이다. 과거 해적들이 요구하던 몸값은 1인당 150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300만 달러로 두 배나 뛰었다. 선박의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외국인 1인당 20만 달러를 요구하지만 선박은 3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태도도 문제다. 겉으론 인질범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암암리에 고액 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스페인 정부는 모리타니에서 지난해 11월 납치된 자국민 2명의 구출에 적어도 500만 파운드를 지불했다.

납치산업 발생 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중남미와 소말리아는 물론 나이지리아, 모리셔스, 콩고민주공화국,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파키스탄, 필리핀 등이 급부상했다. 대신 중남미 지역의 납치산업은 2004년 이후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었다.

관련 산업도 급성장했다. 몸값을 대신 지급하는 보험회사가 생겼고, 고액을 받아내는 협상전문가나 변호사, 개인경호원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AKE의 인질협상 전문가 존 체이스는 “1970년대 납치 관련 보험회사는 1곳뿐이었지만 지금은 4곳”이라며 “이들이 시장의 98%를 커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질 관련 전문가들은 정부, 기업, 개인 등이 납치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는 속성 때문에 인질산업이 번창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인질문제를 투명하게 다루려면 유엔이나 국제적십자사(ICRC) 같은 국제기구 산하에 독립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