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복 감독회장 직무정지..감리교 다시 혼돈 속으로
입력 2010-10-18 17:17
[미션라이프] 기독교대한감리회 강흥복 감독회장(본부 측·사진)의 직무가 정지됐다. 법원은 감리회 본부가 주관한 감독회장 재선거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던 감리교회는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직무정지 결정 배경은=서울북부지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필곤)는 18일 김은성 목사 등이 강 목사를 상대로 낸 감독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피신청인(강 목사)은 재선거 무효 확인소송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감독회장 당선자 또는 감독회장의 직함을 사용하거나 감독회장으로서의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에 배당된 본안 소송은 아직 재판 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감독회장 선거무효소송 조정이 이뤄진 2009년 7월 6일 직무대행자로서의 권한이 소멸됐다”며 “무권한자에 의해 구성된 재선관위가 주관한 감독회장 재선거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선관위에 호남선교연회와 미주특별연회 소속 선관위원들이 포함된 것 역시 잘못됐다고 했다.
2008년 서울 흑석동제일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한 고수철 목사가 입후보한 점, 2008년 감독회장 선거 때 만들어진 선거인 명부를 기준으로 재선거가 치러진 점, 지난 7월 13일 재선거 투표 절차가 방해받자 서울남연회와 충청연회에 대해 우편투표를 실시한 점 등도 재판부는 모두 부적법한 것으로 해석했다. “강 목사가 감독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그 절차상의 무수한 하자로 인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감리교 교단이 양분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강 목사에게 감독회장의 직무를 계속 집행하도록 하기보다 조속히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독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갈등을 조속히 마무리 하는 방법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에서 ‘6·3 총회’ 측을 대표한 신청인들은 “절차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 재선거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폈고, 본부 측은 “절차상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감리교 정상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맞섰다. 결국 법원은 ‘명분’ 보다는 ‘법적 정당성’에 무게를 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 어디로?=강 목사를 중심으로 교단 안정화를 꾀하던 본부는 크게 당혹했다. 재판 결과를 전해들은 본부 직원들의 표정이 몹시 어두웠다. 감독회장의 직무 정지로 오는 28∼29일 예정됐던 제 29회 총회 개최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총회 개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30일 소집됐던 총회실행부위원회는 6·3 총회 측 감독회장인 김국도 목사 지지자들이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과가 나온 이후에 하라”며 막아 서 무산됐었다. 특히 이달 말이면 본부 모든 원장·국장급 임원들의 임기가 종료돼 행정 공백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재판부는 “강 목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더라도 다른 방법에 따라 감리회 행정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교회에 공을 넘겼다. 본부 관계자는 “사회법이 감리교를 이러저리 휘젓고 있다”며 “우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감리회 본부가 김국도 목사를 상대로 낸 감독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었다. 지난 8월 20일 각자 총회를 개최하고 취임했던 2명의 감독회장 모두가 직무 정지 상태에 놓인 셈이다. 2008년 9월 감독회장 선거 파행으로 시작된 감리교 사태는 2년여를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게 됐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