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또 현대차 맹공… 현대건설 관련 발언들 비판

입력 2010-10-19 00:51

현대그룹이 또다시 현대건설 인수전 경쟁 상대인 현대자동차그룹을 공격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여론을 유리하게 돌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18일 주요 종합일간지와 경제지에 게재한 광고에서 “계열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건설을 지원할 수 없다”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그룹 내부의 방침이 정해진 것도 없다”는 등 2000년부터 최근까지 신문에 게재된 현대건설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았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당시 현대차그룹 측 입장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다.

현대그룹은 이어 “지난 10년간 이런 말을 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고 선포했다.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에 부정적이었던 현대차그룹이 왜 지금 인수전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 인수의 진정성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 4일 주요 일간지에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을 기대합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에 전념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었다. 또 지난달 21일부터는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TV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 측은 “광고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에 비해 자체 자금력이 부족한 만큼 여론몰이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자금력은 충분하다”면서 “꾸준히 추진해온 현대건설 인수의 정당성을 홍보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현대그룹으로서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현대건설 인수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시장경제 논리가 아닌 공격적 여론전은 현대건설 인수전을 과열 양상으로 치닫게 해 인수가격을 높이고 심각한 후유증만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2006년 치열한 인수전 끝에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그룹은 인수금액으로 써낸 6조원 중 3조원을 차입, 조달했다가 무리한 약정으로 스스로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말았다. 한화그룹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강력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결국 자금 부족으로 인수를 철회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가격뿐 아니라 재무적 건전성 등도 심도 있게 고려해 현대건설과 국가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수자를 선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11월 12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본 입찰을 마감하고 이른 시일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