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곧 기회”… 엔고 활용하는 日

입력 2010-10-18 18:19

일본이 엔고 위기를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엔고를 무기로 해외채권을 공격적으로 구입하는가 하면, 세계 첫 민관 ‘수(水)펀드’도 설립할 예정이다. 정부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지원키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재무성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9월 말까지 금융회사를 비롯한 일본 투자자들의 외국채권 순매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급증한 20조9400억엔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과거 연간 기준으로 최대였던 2005년 순매수액 15조8500억엔을 이미 넘어섰다. 외채 투자의 50% 이상은 미국 국채다. 일본 국채의 장기금리(10년물)가 연 1% 이하로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고금리 상품인 미국 등 해외 채권으로 일본의 뭉칫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국채의 경우 10년물 금리는 2%대 후반이다.

엔고를 활용해 해외의 정수설비와 상하수도 등 물 관련 사업에 집중 투자하는 ‘물 펀드’도 내년에 등장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경제산업성이 노무라홀딩스와 국제협력은행(JBIC), 호주투자펀드 등과 공동 출자해 만든다. 물 관련 펀드는 세계 처음이다. 투자 규모는 최대 1000억엔 정도이며, 해외 관련 기업 M&A도 고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나아가 엔고를 지렛대삼은 기업들의 해외 M&A도 측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국가전략담당상은 17일 한 방송에서 “(엔고로) 해외에서 M&A를 하기 쉬워졌다”면서 “일본기업이 해외 업체를 인수할 경우 정부가 직접 지원할 수는 없지만 산하기구 등을 통해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엔고는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인 면도 있고, 해외기업의 인수비용을 줄여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일본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엔고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