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복 감독회장 직무정지… 기감 또 혼돈속으로

입력 2010-10-18 20:39


기독교대한감리회 강흥복 감독회장의 직무가 정지됐다. 법원은 감리회 본부가 주관했던 감독회장 재선거 자체가 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던 감리교회는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됐다.

◇직무 정지 결정 배경은=서울북부지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필곤)는 18일 김은성 목사 등이 강 목사를 상대로 낸 감독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피신청인(강 목사)은 재선거무효확인소송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감독회장 당선자 또는 감독회장의 직함을 사용하거나 감독회장으로서의 직무를 집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강 목사는 지난 8월 20일 취임한 지 두 달이 채 안 돼 직무 수행을 중단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에 배당된 본안 소송은 아직 재판 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감독회장 선거무효소송 조정이 이뤄진 2009년 7월 6일 직무대행자로서의 권한이 소멸됐다”며 “무(無)권한자에 의해 구성된 재선관위가 주관한 감독회장 재선거는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감리교 교리와 장정에 비춰볼 때 호남선교연회와 미주특별연회 소속 선관위원들을 재선관위에 포함시킨 것 역시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2008년 서울 흑석동제일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해 피선거권이 없는 고수철 목사가 재선거에 입후보한 점, 2008년 감독회장 선거 때 만들어진 선거인 명부를 기준으로 재선거가 치러진 점, 지난 7월 13일 재선거 당시 투표 절차가 방해받았다는 이유로 2개 연회에 대해 별도로 우편투표를 실시한 점 등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모두 부적법한 것으로 해석했다. “강 목사가 감독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그 절차상의 무수한 하자로 인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감리교 교단이 양분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강 목사에게 감독회장의 직무를 계속 집행하도록 하기보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감독회장을 선출하는 것이 갈등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이번 재판에서 ‘6·3 총회’ 측을 대표한 신청인들은 “절차에 중대한 결함이 있기 때문에 재선거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폈고, 본부 측은 “일부 흠이 있더라도 감리교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맞섰다. 결국 법원은 ‘명분’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에 무게를 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 혼돈 불가피=강 목사를 중심으로 교단 안정화를 꾀하던 본부는 크게 당혹해 하고 있다. 재판 결과를 전해들은 본부 직원들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 감독회장 직무가 정지되면서 28∼29일로 예정됐던 제29회 총회 개최는 사실상 힘들어졌다. 지난달 선출된 각 연회감독의 취임식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달 말이면 본부 모든 원장·국장급 임원들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본부 기능 마비 우려도 나온다. 재판부는 “피신청인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더라도 다른 절차에 따라 감리회 행정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본부 관계자는 “사회법 판단에 따라 감리교회가 휘둘리고 있다”며 “우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감리회 본부가 6·3 총회 측 감독회장인 김국도 목사를 상대로 낸 감독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같은 달 20일 각자 총회를 개최하고 취임했던 2명의 감독회장 모두가 직무 정지 상태에 놓인 셈이다. 2008년 9월 감독회장 선거 파행으로 시작된 감리교 사태는 2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다시 제자리로 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