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이 대운하라니…” 한나라, 일제히 孫 때리기
입력 2010-10-18 22:06
지난 3일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이어져왔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손학규 대표 간의 밀월 관계가 보름 만에 끝났다. 그동안 손 대표를 ‘합리적이고 스펙트럼이 넓은 정치인’(안상수 대표)이라거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고 협조가 잘될 것’(김무성 원내대표)이라고 호의적으로 평가했던 여당 지도부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손학규 때리기’를 했다.
‘구태정치’라거나 ‘억지 정치공세’, ‘한나라당 출신이란 멍에를 벗기 위한 몸부림’ 등 자극적인 단어가 총동원됐다.
안 대표는 “(손 대표가) 4대강 사업을 위장된 대운하라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은 구태정치의 모습이어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도 “과거 14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손 대표가 한나라당 이미지를 탈색하기 위해 다소 강경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했지만 도가 지나친 것 같다”며 “여야가 싸우지 않는 정치가 되도록 제1야당의 지도자는 자중해 달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손 대표가 오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 출신이란 멍에를 벗기 위한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며 “투쟁의 리더십보다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행보는 원래의 합리적 모습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당 대표 개인으로도 도움이 안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손 대표에게 4대강 사업 공개 토론을 제의했다. 원 총장은 “운하가 아니라고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얘기했고, 운하를 하려면 수심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십자포화를 퍼부은 것은 손 대표가 전날 경기도 남양주의 유기농 단지를 방문해 4대강 사업을 ‘위장된 대운하 사업’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다. 아울러 최근 배추 가격 폭등 등을 내세워 여권을 집중 공격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손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 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아랑곳하지 않고 4대강 사업 비판을 이어갔다. 손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위장된 운하사업인 4대강 사업은 분명히 중단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를 통해 4대강과 유기농 단지를 지켜 달라”며 “국민의 눈으로 국정의 실상을 파헤치고 국민 뜻에 따라 국정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