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광 로비 대상 소상히 밝혀라
입력 2010-10-18 17:52
태광그룹의 편법 경영권 상속 의혹이 방송사업 등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차명계좌를 통해 현금과 주식 등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케이블TV와 금융사업 확장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청와대 등에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6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데 이어 조만간 이 회장을 소환해 편법 증여와 함께 정·관계 로비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검찰의 수사가 예상 밖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비리의혹을 폭로한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의 제보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태광이 M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를 설립한 후 같은 업종의 큐릭스를 인수합병한 과정을 보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당시 방송법으로는 인수가 불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공제회를 내세워 인수를 성사시킨 데는 뭔가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지난해 3월에는 티브로드의 팀장이 청와대와 방통위 관계자들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이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할 당시에도 규정 위반 논란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허용됐다.
검찰은 당시 이러한 부분들을 수사했지만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유야무야됐다. 서울서부지검은 필요할 경우 이 같은 사안들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태광이 온갖 의혹과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급속한 성장을 이룬 데는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과 이를 이용한 정·관계 로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관련 시중에는 검찰이 태광 측 로비를 받은 정·관계 리스트를 확보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몇몇 특정 인물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안의 성격상 수사 대상이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관련부처, 정치권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검찰이 중심을 잡고 공평무사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우리 검찰은 권력에 약하다는 오명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