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나서 해결한 ‘한지수 사건’

입력 2010-10-18 17:50

중남미 온두라스에서 살인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던 한국인 체류자가 17일 현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아 가족 품에 돌아오게 됐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따려고 온두라스에 머물던 한지수씨는 2008년 8월 살인사건에 관련된 혐의로 2009년 8월 이집트에서 체포됐다. 그해 12월 가석방되어 온두라스 한인교회에 연금 상태로 있다가 재판을 받았다. 온두라스 사법당국은 9월 초 사건을 법원으로 넘겼는데 1개월 만에 재판이 진행된 것은 이례적이라 한다. 2심은 법리 검토만 하므로 무죄가 확정된 것과 다름없어 한씨는 연말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 재판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무죄 판결에 이르게 된 것은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이 온두라스를 방문했을 때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씨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요청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역할을 하기까지 외교부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생업을 팽개치고 현지로 간 한씨 아버지가 한씨의 편지를 인터넷에 올려 이슈가 되고서야 비로소 한씨 사건이 관심을 받게 됐다. 한씨는 무죄를 호소하고 있으나 수사가 한씨에게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의 대응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도 나오게 됐다.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정치권까지 관심을 보이고 나서야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결국 정부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과장을 보내 부검 결과의 부적절함을 지적한 것이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까지 나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정부가 사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자국민 보호 노력을 전개했어야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세계 어느 곳이건 한국민이 퍼져 있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시대다. 외교부도 이 같은 시류를 수용하고 영사업무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한씨 경우와 다르지만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지 6개월이 지난 삼호드림호 선원과 지난 9일 납치된 금미305호 선원 문제가 있다. 선박회사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정부 유관 부서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