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대통령 만드는 黨舍
입력 2010-10-18 17:42
대통령 직선제 재도입 후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은 5명이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그들은 어디서 둥지를 틀고 선거를 치렀을까.
노태우 대통령은 1987년 관훈동 민주정의당(민정당) 당사에서 당선됐다. 이 당사는 81년 신군부가 민정당을 창당하면서 매입한 것이다. 남산에 있던 민주공화당 당사를 빼앗아 판 자금으로 마련했다.
기독교 신자들에겐 믿기지 않을 이야기겠지만 이곳은 닭벼슬 터라 해서 최고 명당으로 불렸다. 닭벼슬은 권력, 혹은 관운(官運)을 상징한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저명한 풍수지리가들의 말을 듣고 이곳을 당사로 찍었다. 이 당사에서 노 대통령은 3김(金)을 눌렀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은 여의도에 당사를 마련했다. 국회의사당과 산업은행 중간쯤(양말산 3길)에 있는 극동VIP빌딩. 이로써 여의도백화점에 먼저 터 잡고 있던 평화민주당과 함께 본격적으로 여의도 정치시대를 열었다. 그 전에는 민정당이 관훈동(종로), 통일민주당이 공덕동(마포), 신민주공화당은 도화동(마포)에 당사가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92년 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출마, 김대중 후보를 큰 표차로 꺾고 여당 불패를 이어갔다.
김대중 대통령은 95년 정계복귀와 함께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 여의도 한양빌딩에 당사를 마련했다. 한양빌딩은 극동VIP빌딩과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있다. 불과 30m 거리다. 이곳도 금계포란(金鷄抱卵)이라 하여 풍수하는 사람들에겐 천하의 명당으로 꼽힌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세라니 정치인들에게 귀가 솔깃할 수밖에. 97년 선거에서 4수 끝에 김 대통령을 당선시킨 당사다.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곳은 새천년민주당 당사가 자리 잡은 국회의사당 앞 기산빌딩.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됐던 한양빌딩 당사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현재 한나라당 당사다. 한양빌딩은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셈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영등포에 있는 당사를 여의도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전 대상지는 극동VIP빌딩. 3개층 4600㎡(1390평)를 임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하필이면 민자당 당사로 쓰였던 빌딩일까.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 운에 기대어 보겠다는 심사일까. 아무튼 민주당이 이곳으로 옮겨올 경우 2012년 대선에선 ‘집권 경험’이 있는 두 당사 간 대결 또한 관심사가 될 것 같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